[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종자주권 확립을 위해 여성농민들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농민과 민간 활동가들은 식량자원을 자주적으로 활용할 농부의 권리, 즉 ‘농부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민주평화당 김종회 의원실과 농어업정책포럼은 지난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생물다양성 민관 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환경부, 교육부 등 정부부처의 관계자들이 나와 토종 식량자원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 영역의 요구를 청취했다.
토종씨앗의 보존과 보급 및 관련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토종씨드림’의 변현단 대표는 현재 별다른 지원 없이 농민과 활동가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는 토종자원 수집과 채종 및 작목 활동에 대해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특히 “현재 토종종자자원을 특허로부터 보호하고 대중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토종씨앗 DB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운영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토종씨앗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식량주권 사수를 강조한 바 있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박미정 식량주권위원장은 변 대표와 함께 ‘농부권’의 법적·제도적 보장을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의 종자산업법은 제1조에서 육종가만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며 “지적재산권이나 특허권으로 보호받는 육종가의 권리와 농부의 권리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농부권을 보장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성희 흙살림토종연구소장도 “기존의 법률인 종자산업법 등으로는 무등록종자인 토종분야를 다룰 수 없다”며 가칭 ‘종다양성 육성법’의 제정을 제안했다. 윤 소장은 “이는 정부와 공공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토종종자에 생물다양성보존종이라는 정의를 내리는 한편 이를 보존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핵심내용으로 담은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수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제주지부장은 민관의 연대에 있어 정부 차원의 정책 방향과 홍보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중앙정부에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 단순히 인식시키는 것만으로도 지방정부의 움직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모 농식품부 종자생명산업과 사무관은 제도적 개선 방안에 대해 “생명자원 관리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조할 수 있는 예산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시험연구 용도 외에는 분양이 제한돼 있던 것을 교육, 학습, 현지 내 보존까지 확대하는 안을 검토중이다”라고 밝혔다. 또 “생명자원 관리기관 지정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관리 인력에 대한 학력 요구 수준도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