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스마트팜인가

  • 입력 2018.07.22 18:1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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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과 산업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이자, 첨단농업의 거점.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정부가 내린 정의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20ha+α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전국에 4곳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가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수천억원을 쏟아 붓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농민들과는 전혀 상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정부가 내세운 청년창업이 과연 가능한가하는 의문이다. 농업에서 청년창업은 쉽지 않다. 소농정책이 없는 지금 자본·농지·기술이 없는 청년들이 무슨 수로 창업을 한다는 말인가. 특히나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스마트팜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젊은이들이 심정적으로야 최첨단 시설을 갖춘 농장에서 흰색 가운 입고 농사짓는 꿈을 꾸겠지만 몇 명의 청년이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이는 청년실업 해결이라는 시류에 편승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수출하겠다는 것도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다. 지난 10년간 수출농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수천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신선농산물의 수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그나마 주요 농산물 수출시장인 대일 수출물량은 감소했다. 이는 우리농업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농산물 수출에 한계가 있다. 스마트팜에서 아무리 싸고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해도 국내 가격보다 싼 가격에 수출할 농민은 없다. 최근 일본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일본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서 국내 가격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팜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국내 시장에 유통될 것이고 일반 시설재배 농산물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무엇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서 수천억을 투자하여 열심히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피해를 강요한단 말인가. 지금 우리 농업은 생산의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가격과 소득보장이 안 되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전적으로 수입개방으로 인한 것이다.

기존 농민들에게 더 좋고 편리한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스마트팜이다. 대규모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중단하고 스마트팜 기술의 연구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시설을 한 곳에 만들면 된다. 실체가 없는 가상의 청년농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존하는 농민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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