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⑤] 경북 의성군 ‘활기찬 농촌 프로젝트’

25명의 정예귀농인이 만들어낼 변화 주목

  • 입력 2018.07.22 08:11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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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서다. 매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희망을 만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협동조합 중심 농촌 활성화 … 체류형농장·캠핑장·체험시설 조성

의성군이 ‘활기찬 농촌 프로젝트’ 시범사업으로 단촌면 구계리에 조성 중인 체류형농장의 전경이다. 8월 중으로 선발된 25가구의 정예귀농인은 빠르면 내년 초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다.
의성군이 ‘활기찬 농촌 프로젝트’ 시범사업으로 단촌면 구계리에 조성 중인 체류형농장의 전경이다. 8월 중으로 선발된 25가구의 정예귀농인은 빠르면 내년 초 이곳에 입주할 예정이다.

전국 소멸위험지수 1위 지자체인 경북 의성군이 이를 해결하고자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활기찬 농촌 프로젝트’ 시범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6년 ‘활기찬 농촌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공모했다. 56개 시군이 신청한 가운데 의성군은 경산, 괴산, 남원, 보성, 정선 등과 함께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농식품부(56억원)와 지자체(24억원) 예산을 합쳐 지역별로 각각 8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의성군은 20억원을 더해 사업예산만 100억원에 달한다. 그만큼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다.

당시 의성군은 ‘관광산업’으로 예비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애초 농촌관광 활성화가 목표였던 셈이다. 하지만 시범사업인 만큼 농식품부 자문과 함께 외부전문가가 사업의 총괄계획을 맡으며 사업계획은 관광이 아닌 협동조합 중심 사업으로 대폭 수정됐다. 체류형농장에 입주하게 될 25가구를 선발해 이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꾸려 농촌 활성화를 만들어가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 마을공동체 사업에 전혀 없던 형태의 방식이다. 의성군의 도전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의성군 ‘활기찬 농촌 프로젝트’의 총괄계획을 맡아 초기 밑그림부터 현재까지 사업을 이끌어온 이종혁 PM(프로젝트매니저) 단장(사회적기업 민들레코하우징 대표)은 “예비계획에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며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이 단장에 의하면 의성군 사업의 예비계획은 연간 방문객이 20만명인 고운사를 중심으로 한 숙박시설과 식당 등의 신축이 중심이었으나 재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방문객이 인근인 대구와 안동에서 큰 행사가 있을 경우 당일로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장은 사업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사업계획의 변경을 고심하며 의성의 특수성에 착안했다고 한다. 의성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있어야만 볼 수 있는 장점이다.

대학시절 내내 의성으로 농활을 다녔다는 그는 의성이 경북지역에선 시민사회역량이 특별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농민회를 중심으로 농민운동의 오랜 전통과 역사가 있는데다 최근 3년 사이에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교육컨설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인구수 대비 가장 많은 사회경제적 조직이 존재하고 있어서다.

사업계획 변경은 이 단장이 10년 동안 마을공동체를 만들며 얻은 깨달음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농촌 어려움의 극복은 결국 협동조합 등을 통한 사회적·공동체 경제에 있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의성군 사업을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주민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활동가들도 기본 생계를 꾸려야 하다 보니 역량을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이 단장은 “결국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에 임대주택 25세대를 만들어 그곳에 도시에서 지역공동체 사업을 하던 활동가들을 입주시키고 이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의성군 사회적경제 활동가들과 함께 한다면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정적 운용을 위해 캠핑장과 체험시설 등을 만들어서 협동조합의 기반을 조성하도록 사업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의성군 사업이 협동조합 형태로 추진된 한축엔 이 단장의 요청에 의해 PM단 자문위원으로 합류한 정기석 마을연구소장의 목소리도 주요했다.

정 소장은 무엇보다 앞으로 선발할 정예귀농인 25가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들은 체류형농장에 귀농을 연습하러 오는 사람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맡아서 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들로 협동조합 임직원을 맡아 최장 5년 동안 활동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소장에 의하면 의성군 사업의 더 큰 의미는 단순하게 협동조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협동조합이 이후 지역공동체 사업을 총괄하고, 귀농인들이 의성을 찾도록 하는 마중물이 될 중간지원조직으로 진화하는 데에 있다.

정 소장은 “만약 의성군의 도전이 성공해 행정적 지원이나 생계 걱정 없이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협동조합 모델이 된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유명무실한 사업 대신 각 마을마다 이 모델을 적용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의성군의 정예귀농인 모집엔 83가구가 지원했고, 최종심사를 거쳐 8월 안에 25가구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 단장에 의하면 사회적기업 관계자부터 문화예술콘텐츠 기획자, 국악단 대표 등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지원했다. 100억원의 예산으로 25명의 정예귀농인이 협동조합을 통해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의성군이 2회에 걸쳐 개최한 체류형농장 입주자 모집 사업설명회엔 150여명이 참석했고, 25가구 모집에 83가구가 신청했다고 밝혔다.
의성군이 2회에 걸쳐 개최한 체류형농장 입주자 모집 사업설명회엔 150여명이 참석했고, 25가구 모집에 83가구가 신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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