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 구실삼아 스마트팜에 수천억원 쏟는다

스마트팜 보급예산, 4년 만에 220억원에서 761억원으로 폭증
청년농 앞세운 혁신밸리 사업엔 6,000억원~7,200억원 들어가
농식품부 “판로는 지자체가 제시해야” … ‘눈감고 아웅’ 아니냐

  • 입력 2018.07.22 01:46
  • 수정 2018.07.22 20: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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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정부가 스마트팜 확대 지원정책의 명분으로 급기야 청년농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논의하려면 사업의 목적과 취지부터 제대로 밝힐 필요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스마트팜 확산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스마트팜 혁신밸리 4개소를 조성하는 계획을 밝혔다. 이 혁신밸리는 청년임대농장을 포함한 스마트팜 단지, 창업보육센터, 실증단지를 기본요소로 개소당 20㏊ 이상의 규모로 구성된다. 농식품부는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공모 신청을 완료했으며 다음달 초까지 이 중 2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소요예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개소당 1,500억원에서 1,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총예산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감도.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는 이전에도 시설원예현대화사업, 첨단온실사업, 수출전문 스마트팜 온실신축 사업, ICT융복합확산 스마트팜보급사업, 스마트원예단지 기반조성 사업 등을 통해 스마트팜 보급에 주력해 왔다. 이에 스마트팜 보급 예산은 2014년 220억원에서 2016년 46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761억원까지 확대됐다. 시설원예에서 스마트팜 생산규모 역시 2014년 405㏊에서 지난해 4,010㏊까지 치솟았다. 최종적으로 2022년까지 스마트팜 보급을 7,000㏊까지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상 아래 혁신밸리는 스마트팜의 규모화와 집적화, 청년창업, 기술혁신 등 생산·교육·연구 기능을 모두 갖춘 거점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도 기존사업과 다른 특징으로 창업보육센터와 청년임대농장, 그리고 R&D 목적의 스마트팜 실증단지 조성을 강조하고 있다.

취지와 목적이 나쁜 사업은 없다. 관건은 생산된 농산물의 경로가 어디냐는 점이다. 스마트팜은 일반 시설원예보다 생산성이 높은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정부는 스마트팜 도입 시 생산량은 27.9% 상승하며 고용노동비는 16% 절감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0.3㏊ 규모의 스마트팜 시설 투자비로 토지비용을 제외해도 5억원이 들거라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스마트팜 농장의 주 생산작목은 토마토, 파프리카 등으로 한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두 품목의 수익성마저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토마토를 보면 지난달 평균 도매가격이 일반토마토는 10㎏당 1만1,782원이었으며 대추형토마토는 3㎏당 7,191원이었다. 모두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하락한 가격이며 평년 가격에도 미치지 못했다. 파프리카는 2016년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1,000톤을 자체 폐기한 바 있다.

취약한 수출구조도 문제다. 두 품목 모두 일본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특히 신선토마토는 전체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98%에 달한다.

농식품부는 중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스마트팜에서 연중 안정적인 생산을 하며 바이어의 요구를 맞춰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환 농식품부 스마트팜 TF 팀장은 “바이어들은 해당 국가에 맞는 품종과 안정성 관리, 그리고 연중 공급을 원한다. 스마트팜이 아니면 체계적 관리가 어렵다”라며 “수출 잠재력은 충분하다. 스마트팜 관련 기술력을 높여 수출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기반 기술 수준이 미국 대비 76.5%, 기술격차는 4.5년이 나는 걸로 보고 있으며 선진국과 비교해 생산성, 소프트웨어, 운영능력의 격차(전문인력)가 여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단시일 내 관련 기술력을 높여 수출 확대를 바라기엔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농식품부의 설명대로 혁신밸리의 주축이 청년창업농에 있다면 더욱 판로해결에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보육센터에서 20개월 교육을 받은 뒤 스마트팜을 임대받아 곧장 수출에 도전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청년창업은 창업의 손쉬움이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수익창출이 가능한 모델이냐에 성패가 달렸다. 그런데 정부는 스마트팜에 도전하는 청년창업농에게 혁신단지의 임대형 스마트팜뿐 아니라 청년 스마트팜 종합자금 신설, 농신보 보증비율 확대 등의 자금 지원도 하겠다고 한다. 기존 스마트팜 확대정책만으로도 농가의 스마트팜 종합자금 대출액은 4월 현재 311억원으로 전년 동기 78억원 대비 4배 증가했다.

정부정책 어디에도 스마트팜에 도전하는 청년창업농에게 적절한 판로를 제시하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김 팀장은 “판로에 우려가 있는만큼 선정된 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제출하면 판로 확보나 수출계획을 면밀히 평가하겠다. 판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승인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농식품부가 아닌 지자체가 판로확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답이다. 그러면서 “창업기반이 없는 청년농은 혁신밸리 내 임대농장을 운영하면 크게 망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최소 6,000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라면 낙관적인 미래만 생각해선 안될 것이다.

왜 농식품부는 청년농과 스마트팜을 이토록 연계하려 애쓰는걸까. 스마트팜은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계속된 기술향상과 수출 트렌드를 쫓을 자본형성이 뒷받침되는 기업농의 몫이 아니었나. 농업계에서 이 사업을 두고 ‘눈감고 아웅’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전농 강원도연명과 춘천시 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2일 강원도청 앞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신수미 기자
전농 강원도연명과 춘천시 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 12일 강원도청 앞에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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