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내릴 것은 따로 있다

  • 입력 2018.07.20 12:23
  • 수정 2018.07.23 17:4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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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을과 을이 싸우는 동족상잔이 한창이다. 대통령 후보 너나할 것 없이 내세웠던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모든 후보가 동의했던 공통된 공약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실 공통공약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정부 차원의 인상 시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데 무리가 없다.

야당들의 말바꾸기도 문제지만 더욱 악질적인 건 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다. 차라리 대놓고 ‘기업가들이 불편해하십니다’라고 외쳐준다면 그 소신이라도 칭찬해줄 수 있겠다. 그러나 그들은 일부 업종에서 인건비를 지출해야하는 같은 을의 ‘곡소리’를 내세워 갑들의 욕심을 휼륭하게 숨기고 최저임금의 대폭적 인상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흐렸다.

농민들은 을과 을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이런 구도가 익숙하다. 특정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면 물가에 민감한 도시민들을 겨냥한 자극성 기사가 어김없이 등장하고, 농산물값 보장을 외치는 농민들은 자기들 밖에 모르는 욕심쟁이로 전락해 손가락질 받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올바른 설명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설명의 부재는 농업에 대한 몰이해가 야기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여기서도 의도적으로 빠진 게 아닐까?

쌀값이 금값이 될까 우려하는 모습에서도 ‘다분한 의도’가 보인다. 저명한 언론의 훌륭한 기자들이 당장 생계의 문제가 걸린 농민들과 지갑을 살짝 더 열어야하는 도시민 중 누가 더 절박한지 구분할 줄 모른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문제는 최저임금 논란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파보면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보이는, 아주 쉬운 문제다.

수십년 동안 농민들의 농산물은 정부가 원하는 소비자물가 요리법에 맞게 가격이 억제돼 왔다. 이제는 농업의 수호를 위해서라도 제값을 치러줘야 한다. 그렇게 소비자 물가 상승이 걱정된다면 을들이 입을 모아 비싸다고 지적하는 것들을 건드려 달라고 말하자. 통신대기업들의 휴대폰 기본요금, 가정용 전기세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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