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논란의 낙동강 상류, 직접 가보니

  • 입력 2018.07.20 11:3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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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17일 안동호 물가에 죽어있던 물고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색의 오염물질이 함께 밀려 와 있다.
지난 17일 안동호 물가에 죽어있던 물고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색의 오염물질이 함께 밀려 와 있다.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원인을 두고 영풍석포제련소 측과 환경단체 간의 대립이 첨예하다.

지역사회의 환경단체들은 영풍석포제련소에서 배출되는 중금속이 주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영풍석포제련소 측은 안동댐 수질 오염의 주범이 안동호 주변 70만평이 넘는 불법경작지에서 흘러나오는 비료와 농약성분 등의 오염원이라는 입장이다. 이 주장은 올해 들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근원에는 1년 전만 해도 국회에서 사진전을 열어 영풍석포제련소를 고발하고 수백 장의 사진으로 실태를 보여준 사진작가도 포함돼 있다. 당시 그는 사진집에 “중금속이 속수무책으로 유입, 낙동강 상류 환경과 국민의 식수원에 여러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적었다.

안동시 도산면 도산서원을 오르니 문제의 경작지대를 훤히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은 본래 1970년대 안동댐이 생기며 수몰지역으로 지정됐다가 안동댐의 평균 저수율이 생각보다 낮아 물에 잠기지 않은 땅들이다.

비록 4대강 사업이 촉발제가 되긴 했지만, 상류의 농경지가 오염 원인으로 지목된 내성천 사례 등 농경지로 인한 수질오염 사례는 찾기 어렵지 않다. 안동호 주변에도 어떠한 완충지대도 없이 수없이 넓은 경작지가 하천에 맞닿아 있는 풍경이 보였다. 수변지역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도 이 문제를 알고 있어서 올해는 의촌리 일대에 축제를 열 겸 청보리를 대대적으로 심게 한 바 있다.

이 광경을 직접 보고 나니, 영풍석포제련소의 폐쇄를 주장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었다. ‘제련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농경지로 인한 오염 문제는 못 본 척 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제련소 폐쇄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임덕자 안동댐상류주민대책위원회 대표는 “얼마 전 수자원공사가 만든 협의체에도 환경운동가들이 들어가 있는 만큼 그 문제를 모른 체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며 “수몰지역도 오염원은 맞지만, 중금속 오염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부영양화보다 심각한 문제임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저지른 수많은 범법에 대한 법적 처벌은 반드시 이뤄져야하며, 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과 관계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불법 경작으로 생긴 오염원이 존재하는 건 맞지만 그로 인해 영풍석포제련소의 중금속 배출과 불법 행위가 없던 일이 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농산물값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지역사회의 만류에도 이 문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봉화군농민회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유금자 여성농민위원장은 “그것들 역시 오염원이라는 것을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라며 “다만 안동의 수몰지역 이야기를 꺼내는 건 제련소가 책임을 회피할 빌미를 만들려는 의도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호 주변에는 여전히 죽어 있는 물고기들이 있었다. 제련소 주변의 하천에서 본 돌들처럼, 화학적 성분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붉은 흙바닥도 드문드문 보였다. 중장비까지 동원해 유출 사고를 숨기려 했던 제련소와 하천에 붙은 넓은 농경지 모두 환경 당국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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