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농정의 귀환, 스마트팜 혁신밸리

  • 입력 2018.07.20 10:25
  • 수정 2018.07.25 11:0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월 23일부터 지난 13일까지 공모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에 전국 8개 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청을 했다. 시설농업에 과부하가 걸린 경상남도를 제외하고 경기 파주, 강원 춘천, 충북 제천, 충남 태안, 경북 상주, 전북 김제, 전남 해남, 제주 제주시가 응모했다. 올해 2개소 확정 결과는 8월초나 돼야 나온다.

항간에는 ‘강원 춘천’과 ‘전남 해남’을 유력지로 꼽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준비를 오랫동안 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공교롭게 이 두 지역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이재수 춘천시장과 첫 농식품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록 도지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 스마트팜 혁신밸리로 낙점될지는 미지수다.

한승호 기자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사업이 농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청년농민 창업 및 수출농업 확대 등을 목표로 내세우지만 농민들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농업계의 4대강 사업'이라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화 시설이 설치된 대형온실에서 한 직원이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농민들에겐 절대 반대하고 싶은 사업이다.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동부팜화옹의 유리온실 사업이나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엘지 씨앤에스(LG CNS)의 새만금 스마트바이오파크와 속 내용은 똑같고 시행주체만 기업(동부팜), 외국자본(어드밴스 인터내셔널)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된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뿌리가 박근혜정부 LG 새만금 스마트바이오파크 변형판이란 유추가 가능한 문건이 나왔다.

새만금개발청이 지난 1월 작성한 ‘새만금 LG 스마트팜 보고자료’에 따르면 LG CNS는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달 29일 새만금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새만금 투자유치 활성화 세미나’에서 ‘스마트 농생명 분야 산업동향과 미래’ 발표를 LG CNS 이종명 부장이 맡기도 했다.

새만금청은 지난 1월 문건에서 2016년 9월 21일, ‘지역민, 농민단체의 반대에 대한 부담으로 LG CNS 사업중단 발표 내용과 함께 향후 방향에 대해 “대기업(LG)이 시공 및 R&D를 담당하고 농협·농민단체, 투자회사(플랫폼)가 농산물의 생산·유통을 담당하는 신규 모델 등 발굴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여기에는 농식품부가 지난 2017년 LG와 구상한 모델을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가 정책자금을 플랫폼 회사에 지원해 스마트팜의 생산과 유통을 총괄하게 하고, LG CNS가 설비구축·R&D 담당, 농민과 농업법인이 부지 임대를 통해 농산물을 생산하며 유통회사가 생산된 농산물을 거래하는 사업개요를 도식화 했다. 지난해까지 농식품부와 LG가 논의한 이 모델은 자료작성 시기인 올해 1월엔 중단된 상태라는 설명도 덧붙여 있다.

그러다 올해 4월 16일 농식품부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발표했다. 새만금청 문건과 유사한 형태이나 규모는 더 커진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의 세부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기업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 주체들이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새만금청의 LG-농식품부 구상과 유사하다.

농식품부가 ‘스마트팜 혁신밸리’의 가치에 대해 △청년농민 창업 △농업노동력 절감 △전후방 사업의 발전 △수출농업 확대 등을 꼽고 있지만, 실상은 청년농민육성을 앞세운 2016년 새만금 바이오파크의 변형판일 뿐이다.

생산된 토마토·파프리카 등 한정적 농산물은 바늘구멍 같은 기존 수출통로를 수출농가들과 나누거나 국내 시장에 ‘가격폭락’ 사태를 빚을 게 예상된다. 공급과잉 구조에 놓인 대한민국 농업은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쏟아져나온 품목들로 어지럽혀지겠지만, 국내 스마트팜 업계를 선도하는 LG, SK, KT 등 대기업은 손실 위험이 없다.

국회 한 관계자는 “스마트팜 혁신밸리 공모 신청을 한 지자체와 기업이 밀접하게 얽혀있다고 본다. 춘천-LG, 상주-KT 등의 MOU 체결이 그러한 예다”면서 “최근 농업계 반발이 높아지자 농식품부는 생산시설을 줄이고 기존의 시설농가들이 많은 지역을 선택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겠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농업계 인사는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는 스마트팜 기술에 큰 예산을 투자해 가며 여러 곳에 사업을 벌이는 것은 옳지 않다”며 “농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급과잉 문제는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라고 비판했다.

완성의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대다수 농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