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농가도 울타리 갖기를”

인터뷰 l 황협주 한국양봉협회장

  • 입력 2018.07.22 21:18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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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자조금을 의무자조금으로 만들고 양봉산물의 품질도 개선할 계획이다. 또 양봉 이력제 도입도 준비 중에 있다. 황협주 회장은 올해 3월 취임해 많은 계획을 세웠지만 채밀량 감소, 감염병 발생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재해에 따른 피해보상과 방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봉법 마련이 최우선의 과제로 주어졌다.
 

채밀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현재 양봉농가의 상황은?

양봉농가는 본격적으로 꽃이 피는 4월 말까지는 어린 벌들에게 설탕물을 먹이면서 강군육성에 주력한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먹이 급여를 중단하는데 꽃이 피고 4~5일 후면 벌통에 꿀이 차기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으로 꽃도 제대로 피지 못했고, 소량은 피었지만 기온이 낮고 비가 잦아 꿀이 모이지 않았다. 벌이 굶은 거다. 아카시아가 소득의 70% 가량을 차지하는데 올해 아카시아 꿀 생산량은 지난해의 15~20%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까지 발생해 농가 고충이 배가되고 있다.

토종벌에서 또 낭충봉아부패병이 발생했다. 경북 의성의 농가에서는 벌이 집단 폐사하고 있는데 자연에서 먹이를 얻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 탓도 있을 테지만 농가들의 주장대로 농약의 피해일 수 있다. 요즘에는 농약이 저독성에 성분이 금방 없어져 검출이 잘 되지 않는다. 정확하게 원인 분석이 되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농가의 입장에서는 농약 중독이 의심된다. 드론으로 약제를 뿌리는 것도 그렇고 벌이 생각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데 마시는 물을 통해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이상기후와 질병 문제는 한해 두해만의 일이 아니지 않나.

확실히 환경이 오염됐다는 것을 느낀다. 양봉을 40년간 해왔는데 과거에는 벌이 번식하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루에 2,000~3,000개의 알이 부화하고 그 중 1,000마리 정도가 죽어도 1,000~2,000마리씩은 늘어났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아무리 열심히 사육한다고 해도 번식속도가 느리다. 벌은 자신이 먹은 것을 벌통에 돌아오면 어린 벌들과 나눠먹기 때문에 환경오염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환경보호와 생태계보전에 있어 양봉의 공익적 가치가 크다. 양봉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다.

 

양봉의 공익적 가치,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소비자들도 많을 것 같다.

맞다. 얼마 전 이웃들이 우리 집에 놀러와 꿀차를 마시면서 “자연재해로 꿀이 안 만들어지는데 왜 우리 세금으로 지원해달라고 하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딸기, 참외, 수박, 고추, 오이 등 모든 열매 맺는 작물들은 벌이 수정을 해줘야 한다. 벌이 없어지면 인류도 망한다”고 답했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양봉의 공익적가치가 6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환경보호, 생태계보전의 측면에서만 가치를 따져도 그 이상이라고 본다.

 

불행 중 다행으로 양봉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일본은 관련 법을 1955년 제정하고 2013년에는 개정까지 했다. 중국도 양봉 보호를 위한 법이 있고 북한에도 양봉연구소가 있다고 한다. 정인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핵심내용이 잘 들어있다. 세부사항은 추후에 바꾸더라도 일단 법 제정만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양봉업을 이끄는 농민들이 ‘정부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내 옆에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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