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바나나가 열렸다

'올 바나나' 강승훈 대표, 경남 산청서 국산 바나나 재배 성공

  • 입력 2018.07.15 23:26
  • 수정 2018.07.16 09:1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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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는 여러해살이 초본(草本)식물의 열매다. 흔히 바나나 나무라고 일컫지만 사실은 4~5미터 높이의 거대한 풀에서 열리는 열매라는 뜻이다. ‘올 바나나’의 강승훈 대표가 바나나를 수확하고 있다.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초본(草本)식물의 열매다. 흔히 바나나 나무라고 일컫지만 사실은 4~5미터 높이의 거대한 풀에서 열리는 열매라는 뜻이다. ‘올 바나나’의 강승훈 대표가 바나나를 수확하고 있다.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초본(草本)식물의 열매다. 흔히 바나나 나무라고 일컫지만 사실은 4~5미터 높이의 거대한 풀에서 열리는 열매라는 뜻이다. ‘올 바나나’의 강승훈 대표가 바나나를 수확하고 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갓 수확한 바나나를 손수레에 가지런히 놓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하우스 문을 여니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딱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하우스 안으로 한 발짝 내딛자 TV에서만 보던 어느 열대지방 키 큰 나무숲에 성큼 들어선 느낌이다. 활엽수는 하늘을 가릴 듯 넓게 뻗어 울창하고 5미터 남짓 쑥쑥 자란 나무엔 연두빛이 감도는 바나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노랗게 잘 익기라도 했으면 뚝 떼 내어 한 입 베어 물고 싶을 만큼 싱싱하고 튼실하다.

우리나라의 최남단, 제주도에서나 겨우 볼법한 풍경을 지리산 자락, 경남 산청의 한 시설하우스로 옮겨온 청년이 있다. 1ha 규모의 하우스에서 총 2,650본의 바나나 재배에 성공해 수확에 나선 ‘올 바나나’의 강승훈(35)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하우스 준공과 더불어 지난해 6월 제주도에서 들여온 바나나 묘목을 심은 그는 지난 5월 초 첫 수확에 성공한 뒤 매주 약 4~5톤 규모의 바나나를 수확해 포장·판매하고 있다. 장마가 지나고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 11일에도 그는 4-H 후배 최진우(28)씨, 베트남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바나나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바나나 한 본 당 맺는 열매의 무게는 약 30kg 정도, 한 눈에 보기에도 묵직한 열매를 강 대표는 4~5차례에 나눠 수확했다. 열매의 밑동을 잡고 날카로운 칼로 열매의 줄기를 수차례 긋자 바나나 20여개가 매달린 뭉치가 툭 떨어졌다.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인 바나나를 하우스 한 편에 마련된 세척장과 포장대로 이동하는 몫은 후배 최씨와 이주노동자들이 도맡았다.

손수레에 담긴 바나나를 울창하고 빽빽한 나무 사이를 헤치며 운반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이국적이었다. 처음 하우스 속 풍경을 마주했을 때의 흥분이 다시 살아날 정도였다. 수확한 바나나는 깨끗하게 세척 후 10kg 상자에 가지런히 담겼다.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초본(草本)식물의 열매다. 흔히 바나나 나무라고 일컫지만 사실은 4~5미터 높이의 거대한 풀에서 열리는 열매라는 뜻이다. ‘올 바나나’의 강승훈 대표가 바나나를 수확하고 있다.
농사일을 배우고 있는 최진우씨가 손수레에 실린 바나나를 포장대로 옮기고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 바나나 모습이 가히 이국적이다.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초본(草本)식물의 열매다. 흔히 바나나 나무라고 일컫지만 사실은 4~5미터 높이의 거대한 풀에서 열리는 열매라는 뜻이다. ‘올 바나나’의 강승훈 대표가 바나나를 수확하고 있다.
강 대표의 어머니 김영순씨가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바나나가 그려진 상자가 눈에 띈다.

포장 작업엔 그의 어머니 김영순(60)씨의 섬세한 손길이 빛났다. 바나나가 겹쳐 짓무르지 않도록 틈새마다 포장재가 더해졌다. 상자에 담긴 바나나는 약 일주일 동안 후숙 기간을 거친다. 맛이 익는 과정이다. 강 대표는 포장을 마무리한 뒤 후숙 과정을 거쳐야 상처가 생기지 않고 온전히 보관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수확 초기 ‘올 바나나’의 바나나 가격은 kg당 6,000원. 농가수취가 기준이다. 그러나 최근엔 4,500원까지 떨어졌다. 그 또한 과도기인 지금을 잘 넘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현재 ‘올 바나나’는 산청군이 직접 운영하는 산엔청쇼핑몰을 비롯한 온라인 쇼핑몰과 일부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무농약 재배라 지역 학교급식에도 납품되고 있다.

‘올 바나나’의 뜻은 ‘올 믿고 먹을 수 있는 한국산 무농약 바나나’다. 강 대표는 올해 초 무농약 인증을 받은 뒤 유기농 재배를 위한 유기인증 또한 신청했다. 유기인증 1년차로 내후년이면 친환경 유기농 바나나로 거듭날 예정이다. 그 때면 ‘올 바나나’의 뜻도 ‘무농약’에서 ‘친환경 유기농’으로 바뀌지 않을까.

그는 “바나나만큼 친환경 유기농에 적합한 작물은 없다”며 “지리산 청정 지역인 산청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그는 바나나의 연중생산을 위한 시설 확충과 자가 육묘, 농산물 가공 및 농장 체험을 곁들인 6차산업화를 위해 힘쓸 계획이다. 이미 바나나가 생산되고 있는 하우스 옆에 3,600평 규모의 새 하우스를 짓고 있다. 현재 수확되는 물량은 오는 9월초면 모두 소진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수확량 분산 및 국산 바나나의 사계절 꾸준한 공급을 위해서라도 연중생산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입 바나나가 아닌 안전하고 건강한 국산 바나나의 선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바나나의 재배·수확·포장에 걸친 모든 과정은 열대의 산림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 이국적이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달리 ‘올 바나나’의 바나나엔 국산 토종의 힘이 오롯이 담겨있다. 지리산 천혜의 자연환경과 청년농부의 담대한 도전이 만나 어떠한 시너지효과를 낼지 그가 그려나갈 미래가 궁금하다. 이제 걸음마를 뗀, 2년차 청년농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1.2평당 한 본씩 심은 바나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연상케 한다.
1.2평당 한 본씩 심은 바나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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