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기고] 와아~ 감자 캐서 마을잔치 하자!

단양군농민회, 농민교사로 학교·마을 살리기 나서

  • 입력 2018.07.15 12:26
  • 기자명 유문철 단양군농민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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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철 단양군농민회 사무국장]

대가초 어린이 농부와 학부모, 교사, 마을주민, 그리고 생태환경 프로젝트 교사로 나선 단양군농민회원들이 함께 감자를 캐며 신명나는 마을 축제를 열었다.
대가초 어린이 농부와 학부모, 교사, 마을주민, 그리고 생태환경 프로젝트 교사로 나선 단양군농민회원들이 함께 감자를 캐며 신명나는 마을 축제를 열었다.

시골마을이 소멸하고 있다. 마을소멸을 뒤따라 시골학교들이 줄줄이 폐교되고 있다. 시골에서 새로 태어나는 아이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옛날이다. 내가 사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리에서는 11년 전 태어난 한결이 이후로 태어난 아이가 한 명도 없다. 한 때 800명이 넘게 다니던 적성초등학교가 폐교되어 한결이는 재 넘어 대가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대가초는 초등학교 24명, 병설유치원생 5명이 다니는 전형적인 아주 작은 시골학교다. 농사짓는 집 어린이는 단 5명. 주위가 논밭이어도 마을과 학교는 분리됐다. 어린이들은 학교버스로 등하교를 하니 논밭은 그저 차창 밖 경치에 불과했다. 학부모 농민들(단양군농민회 유문철 사무국장, 이운영 정책실장)과 재작년 충북 최초로 평교사 출신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유승봉 교장, 교직원들이 의기투합했다. 마침 ‘온마을이 아이를 함께 키우자’는 충북형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에 선정돼 금상첨화였다.

농민교사와 담당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연중 생태농업학습 프로그램을 짰다. 총 8차례에 걸쳐 봄부터 가을까지 감자·벼·사과·김장농사를 배우고 온마을 사람들과 잔치를 벌이고 나눔을 하는 것이다. 4월 초 100평 밭에 전교생과 교직원이 학부모, 농민, 교사와 함께 씨감자 20kg을 심었다.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알이 맺혔다. 모내기를 마치고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감자를 캤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마을주민, 농민회원, 대학생 농활대가 농자천하지대본 깃발을 앞세우고 감자밭을 돌며 흥겹게 풍년농사 풍물을 놀고 다 함께 감자를 캤다. 고사리손 어린이들, 학부모 농민교사들을 비롯한 교직원들의 정성에 감응해 하늘과 흙은 풍성하게 되돌려 주었다. 열 배가 넘는 감자가 쏟아져 나왔다.

밭에서 갓 캔 햇감자를 장작불 가마솥에 삶았다. 구순 할머니께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마을 노인회장 눈시울이 붉어졌다. 면장이 아이스크림을 한아름 들고 달려왔고, 농협 조합장은 수박과 제철과일을 한 차 싣고 왔다. 말 그대로 마을잔치가 열렸다. 아이스크림으로 일단 입맛을 다시고, 수박과 미숫가루를 곁들여 먹는 포슬포슬한 햇감자 맛이란! 어르신들은 “이게 바로 옛날 감자맛이지”, 도시 출신 교직원들과 학부모들은 “감자맛이 원래 이런 건가요? 정말 맛있어요”, 어린이 농부들은 “감자, 감자, 왕감자, 먹어도 먹어도 또 먹고 싶네”라며 함박웃음을 웃었다. 로컬푸드, 푸드 마일리지, 신토불이. 책으로, 영상으로 암만 봐도 소용없다. 이렇게 직접 농민교사들과 학교, 마을 주민들이 다함께 농사 지어, 나누는 것보다 좋을 수는 없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스칸디나비아반도 선진국 덴마크는 이미 100여년 전 폴케호이스콜레, 즉 민중학교를 세워 사회개혁을 했다. 당시 민중은 대다수가 농민이었다. 민중학교는 곧 농민학교였다. 농민이 앞장서서 학교교육과 민중교육을 이끌었다. 척박한 땅에서도 농업을 기반으로 한 뿌리가 튼튼한 사회를 만들었다. 백척간두에 선 이 나라 농촌. 농촌 소멸을 막고 농민이 적폐청산 사회개혁 주체로 당당히 나서기 위해 농민교사로서 학교로 들어가 어린이들부터 가르치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농사 중의 농사는 자식 농사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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