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먹거리, 즐겁게 소비할 공간 늘려야”

[인터뷰] 송정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

  • 입력 2018.07.15 09:24
  • 수정 2018.07.15 23:5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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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방선거 이후 우리 먹거리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묻기 위해 송정은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48)를 만났다. 지난 9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송 대표는 차분하면서도 드팀없이 본인의 먹거리 정책 관련 지론을 펼쳤다. 올해 2월 배옥병 전 대표(현 서울시 먹거리정책 자문관)에 이어 희망먹거리네트워크 대표를 맡은 송 대표는 오랫동안 먹거리운동 및 친환경농산물 판로 개척 사업에 종사해 오며, 학교급식 제도 등 먹거리정책 전반의 여러 모순을 목격했다.

 

장기간 학교급식 현장에 몸담으며 바라본 학교급식 체계의 문제점은?

아이들에게 좋은 원료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급식시장은 다양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대기업 및 각종 업체들 간 혈전이 난무한다. 대다수의 먹거리는 원료 성분부터 문제가 많으며, 다수 업체들은 그러한 물품을 어떻게든 더 싸게 학교에 공급하려 한다.

학교급식에 들어가는 제빵류만 봐도 천연버터 대신 수입 GMO 옥수수로 만든 마가린 및 기름을 쓰는 경우가 대다수다. 밀도 수입산 밀을 쓴다. 수입산 밀과 무농약 우리밀의 가격 차이는 3~4배이며 수입산 옥수수 버터와 국산 천연버터는 국산이 10배 더 비싸다. 따라서 좋은 국산 재료로 만든 먹거리를 먹이기엔 단가 부담이 큰 게 일선 학교 영양교사들의 고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청을 비롯한 정책당국은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먹이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아이들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돼야 한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먹거리의 ‘지속가능성’이란?

땅과 환경, 그리고 삶의 지속가능성을 뜻한다. 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친환경농업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땅을 오염시킨 농약과 화학비료가 물로 흘러들어가 그 물을 우리가 먹고 있다. 친환경먹거리 문제는 단지 유기농산물을 먹고 건강해지는 문제를 넘어, 이 땅과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이슈이다.

먹거리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철저히 저렴한 가격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행 학교급식 체계는 바뀌어야 한다. 학교 먹거리에 들어가는 수입산 원료는 겉으로 보이는 단가는 저렴할지라도 환경적 비용, 즉 ‘푸드 마일리지’가 실질적으로 더 많이 든다. 허접한 원료로 만든 먹거리를 싸게 먹는 건 건강과 환경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손해이지 않나.

학교급식 등 먹거리정책의 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할 일은?

행정당국에선 좋은 식재료로 만든 식품들을 영양교사들이 쉽게 고를 수 있게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는 각각의 영양교사들이 각각의 업체들로부터 먹거리에 GMO나 첨가물이 들어갔는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 등의 기구에서 먹거리 관련 기준을 마련해 업체별 먹거리를 일괄적으로 정리한다면 일선 영양교사들로서도 먹거리 선정이 용이할 것이다. 광주 남구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영양교사들도 좋은 먹거리를 고르는 데 어려움을 거의 겪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현재 급식에 이용되는 가공품의 원료는 거의 대부분이 수입산인데, 이것의 40%만이라도 국내산 원료로 전환한다면 친환경농업의 확산 및 안정적인 먹거리 공급처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올바른 교육도 중요하다.

먹거리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 현장에서 소위 ‘B급 농산물’, 즉 겉모양이나 크기 등의 품위가 떨어져 보이는 친환경농산물의 반품율이 높은 상황이다. 원래 ‘친환경’의 개념이 ‘자연스러운 것’이니만큼, 당연히 모양새와 크기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친환경농산물이 화학비료나 농약을 쳐서 규격화시키고 크기를 키운 농산물보다 훨씬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먹거리라는 걸 영양교사 및 학생, 학부모들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 급식조리 현장에서 친환경농산물의 개념과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친환경농산물은 학교에서 쓰이기 어렵다.

아울러 학교급식 현장의 주요 책임자인 영양교사가 교장, 교감 등과의 관계상 ‘을’인 상황에서, 교장과 교감 등 학교 행정 전반의 책임자들이 먹거리에 대해 같이 교육받아야 한다. 학교 책임자들이 잘 알아야 영양교사들로서도 좋은 먹거리 선택의 자율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급식 제도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고급 먹거리를 먹이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얼마 전 서울시 정책 공모에 응모했다. TV 요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쉐프들을 섭외해, 그들이 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생들 앞에서 국산 친환경식재료로 요리하고, 그 레시피를 갖고 조리사들이 교육받고 아이들이 먹어보는 식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했으나 공모에선 떨어졌다. 정책당국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먹거리에 대한 접근 및 가치 인식을 새롭게 하는 다양한 시도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 이외 분야에서의 친환경먹거리 판로 확대는 어떻게 가능할까?

가치 있게 팔 수 있는 루트를 정책 당국 및 농민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내가 운영에 관여하고 있는 인사동 친환경먹거리 레스토랑 ‘꽃, 밥에 피다’의 경우, 좋은 식재료로 만든 고급 음식을 멋지게 꾸미고 사람들이 즐겁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식당에서 사람들마다 예쁘게 생긴 음식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고 자랑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즐겁게 친환경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는 구조 및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며, 그럴 수 있는 소비처도 늘어나야 한다. 생산자들과도 이를 위해 함께 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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