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타작물 심었다 ‘낭패’

폭우 이후 정식한 ‘콩’ 녹고
물 안 빠져 ‘수수’ 정식 실패
뒤늦게 모내기 나서기도

  • 입력 2018.07.14 22:0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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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올해 적극 추진한 쌀 생산조정제 참여 농민들이 지난달 내린 비로 논에 타작물을 다시 심거나 뒤늦게 모내기를 하는 등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타작물을 재배하라고 부담을 주던 농업관료들은 농민들의 고충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 익산친환경농민협동조합 조합원인 김상범(50)씨는 쌀 생산조정제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올해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농사를 짓는지 생생하게 증언했다. 250명 조합원들이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면적만 350ha인데 이 중 30ha에 올해 벼 대신 콩을 심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달 말에 폭우가 쏟아져 콩 파종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김씨는 “보통 6월 25일 경이면 모내기가 끝났을 상황이다. 집중호우에 콩 파종시기까지 놓치다 보니 막막했다. 부랴부랴 어제(10일)까지 콩을 심는 집도 있고, 뒤늦게 모내기를 한 집도 있다”면서 “모내기가 너무 늦어서 수확량도 줄어들 게 뻔하다. 모를 심든 콩을 심든 뭐라도 심은 집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여태 아무 것도 심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아무 것도 심지 못한 논은 ‘수수’를 심으려던 자리다. 친환경을 하는 특성상 비닐을 씌워놓았는데 모내기를 할 수도 없고, 수수 모종은 한켠에서 웃자라다 물러서 다 죽어버린 것이 대부분이라 손을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익산시에 집중호우 피해에 대해 문의를 하니, 대파비 정도가 가능하고 그것도 추경이 세워진 뒤에나 확답을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수수를 심으려다 정식을 못한 논의 경우는 이마저도 지원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논에다 뭔가 심어 인정을 해 준다면 다 썩은 수수라도 꽂아 놓아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익산시 오산면 김문기(40)씨도 올해 처음 논에 콩을 심었다가 비 피해로 한 번 더 콩을 심게 됐다. 정부에서 쌀 대신 타작목을 심으라고 협조요청을 하고, 농어촌공사에서도 생산조정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가을 벼 수매 때 불이익을 줄듯한 문자를 몇 번씩 돌렸다.

“농민이라면 올해 그런 압박성 문자 다 받아봤을 거다. 자발적으로 생산조정제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실패할 줄 몰랐다. 콩은 폭우에 하루동안 잠긴 뒤 거짓말처럼 녹아내렸다.”

그는 “나는 그나마 2필지만 콩을 심었는데도, 다시 심는데 힘들었다. 모 심기엔 너무 늦고 모 구하는 것도 어렵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주변에 콩 심었다 낭패를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내년에는 절대 콩 심지 말라고 어머니는 성화다. 올해 논에 타작목 심었다가 고생한 농민들 반감이 특히 크다”면서 “우리가 논에 콩 심고 싶어서 심은 게 아니지 않나. 공무원들이 설득하고 문자 수시로 받고 등 떠밀려 콩 심었는데 정작 피해가 생기자 나 몰라라 하니 누가 정책을 믿고 따르겠나 싶다. 정부가 쌀 감산 필요성만 외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논에 배수로 확보부터 하면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쓴소리를 보탰다.

하지만 익산시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했지만 대부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관계자는 벼농사를 짓다가 타작목으로 바뀌니 서툴 수 있다. 배수가 불량한 논에는 현장기술지원단을 통해 총체벼나 조사료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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