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언제 농업 챙긴답니까”

새 정부 변화 없는 농정에 지친 농민들
농민의길, 대통령 농업무시 규탄 성명 발표
농업예산 증액·농특위 설치 등 6가지 요구조건 밝혀

  • 입력 2018.07.14 21:59
  • 수정 2018.07.14 22:1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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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새 정부의 농정 무관심에 농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하는 성명까지 나왔다. 농업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 촉구 범농업계 소속 농민,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지난 3월 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농정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새 정부의 농정 무관심에 농민들의 원성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규탄하는 성명까지 나왔다. 농업적폐청산과 농정대개혁 촉구 범농업계 소속 농민, 소비자단체 대표들이 지난 3월 말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농정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수박 농사 20년을 지었는데, 올해 수박 출하시기에 값이 작년 절반 밖에 안하더라. 20년 전 수박모종 100원 하던 게 지금 500원으로 올랐는데 수박 값은 그 시절보다 오히려 못하고…. 이렇게 힘들어서 어디 살겠나.”

충북 진천에서 20여년 수박 농사를 지어 온 농민 박기수씨의 탄식이다.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전반을 개혁하라는 소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유독 농업문제에 소홀할 뿐 아니라 구시대 농정으로 일관해 농민들의 원성과 지탄을 받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돌연 사퇴했다. 이에 뒤질세라 문재인정부 첫 농식품부 장관도 농정개혁위원회를 이끌다 사직서를 제출했다. 새 정부의 농업정책을 통해 위태로운 농업구조가 변화될 것을 기대했던 농민들에게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농업계 인사들은 100일 넘게 공석인 농식품부 장관에 누가 올 것인지 묻는 것이 대화의 소재가 됐다. 농업과 농민을 위해 일할 주무부처 장관이 없는 가운데 내년 농식품부 예산은 정부 전체의 슈퍼예산과 달리 축소될 전망이다. 농업정책이 속도를 내려면 농업예산이 든든히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예산 전쟁에서 농식품부는 힘을 쓸 수 없는 구조가 됐다는 불만도 장관의 공석과 연관이 있다.

게다가 이미 이전 정부의 실패한 농정이 회귀해 중소농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중이다. 스마트팜 혁신 밸리 조성 계획을 발표한 농식품부에 농민들은 연일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동부팜이 경기도 화옹지구에 수출용 토마토 생산 유리온실을 건립했다 국내 토마토 시장 교란을 우려한 농민들의 반대로 손을 뗀 선례가 있다. 이후 박근혜정부에선 새만금에 들어설 계획이던 LG CNS의 첨단유리온실 역시 수출을 앞세웠지만 농민들의 반발로 철회 선언을 했다. 이번엔 최첨단 IT 기술로 농작물을 생산해 노동력 절감, 환경제어가 가능하다는 ‘스마트팜’을 전국 4개 지역에 세우는 국책사업이 농심을 뒤흔들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에서는 이를 두고 농업판 4대강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중소농의 피해가 분명한 정부의 사업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돼 이 역시 농민들의 거센 저항이 지속될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 폭락은 연중 내내 품목을 바꿔가며 고질적인 문제가 돼 버렸다. 겨울 시설채소에 이어 마늘·양파, 한여름 대표과일 수박까지. 수입농산물은 점점 더 시장을 넓히고 농민들의 소득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

이에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문재인정부 농정의 난맥상에 참다못한 농민단체의 규탄 성명이 나왔다.

지난 12일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은 ‘문재인 대통령 농업무시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적폐농정 청산과 농정대개혁 추진을 촉구했다.

농민의길은 성명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1년 2개월이 됐지만 농정에서는 적폐 청산은커녕 터럭하나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농정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한편에서 더 퇴행하고 있음을 개탄한다”고 밝혔다.

농민의길은 △내년 농업예산 삭감 △첫 농식품부 장관 인사 실패 △준비 없는 PLS 제도 강행 △스마트팜 혁신 밸리 추진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고, 농정의 총체적 실패는 문재인 대통령 책임이라는 점도 적시했다.

농민의길은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임기 초가 허무하게 흘러가는데도 대통령이 농업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농정개혁은커녕 농식품부 장관 자리를 장기간 비워두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오늘날 농정개혁 실패와 박근혜농정 회귀는 대통령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농민의길은 더 이상 농업문제를 방치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빠른 시일 내 개혁인사로 농식품부 장관 임명 △농업예산 증액과 직불금 중심 개혁 △PLS 전면 유예와 대책 마련 △스마트팜 혁신 밸리 즉각 중단 △대통령 직속 농특위 설치 △대통령 면담 등 6가지 요구사항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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