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연장된 평행선은 만날 수 있는가

  • 입력 2018.07.15 09:06
  • 수정 2018.07.15 23:45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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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가격을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통계청에서 생산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원유기본가격을 조정할지 말지를 논의해야하는 여름철이 되면 경제지를 중심으로 일부 언론들은 ‘원유가격연동제’가 시장경제원리에 얼마나 부합하지 않는가에 대해 일장연설을 한다.

소비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져야하는데 우유는 그렇지 않다, 우유가 비싸니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논리다. 여기서 우유는 다른 재료가 첨가되지 않은 흰 우유를 말하는데 과연 소비자들이 흰 우유가 비싸서 사먹지 않는 것인가, 흰 우유를 사용한 라떼, 빙수는 비싸지 않아서 소비하는 것인가. 1+1 행사가 일상인 흰 우유에 가격을 지적하는 일은 의미가 없어보인다.

유가공품 가운데 수입산 분유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국산 원유만을 사용하는 제품이 얼마나 되기에 유업체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지, 정말 국산 원유가격 인상이 기업의 존폐를 가를만한 사안인지도 우리가 즐겨먹는 컵커피, 아이스크림, 요거트의 성분표시를 보고 판단해보시기를.

결국 원유가격 조정에 대한 협상은 늘 연동제가 문제다, 아니다 하는 신경전과 함께 불발되고 만다. 올해도 유업체와 소비자단체로부터 어김없이 연동제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낙농가는 합의를 만든 제도를 준수해야 하다며 도저히 만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평행선 위를 달리고 있다. 결국 올해의 원유기본가격 조정은 협상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제는 원유가격을 두고 매번 박터지는 싸움을 반복하는 낙농가와 유업체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원유가격연동제’라는 장치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방적인 시장개방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농축산인들을 보호하는 장치라는 점에 대해서도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아울러 수급조절의 실패를 생산자의 탓으로만 두는 버릇과 낙농가가 가격을 보장받는 것이 낙농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이라는 협박(?)은 과감히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낙농가들은 “공급이 과잉이라고 해 자발적으로 쿼터도 감축하는 등 낙농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유제품 소비가 그렇게 침체된다는데 분유수입은 왜 계속 늘어나는가. 그러면서 왜 우리나라 낙농가들에게만 생산을 줄이라고 압박하는가”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낙농가를 잃으면 우유가격을 협상할 기회도 함께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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