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스마트팜, 농업계의 ‘4대강 사업’

  • 입력 2018.07.08 08:26
  • 기자명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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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 <br>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스마트팜 사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 쪽부터 저 쪽까지 만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보면 조금 현기증 난다. 파프리카와 토마토, 딸기를 주로 재배한다. 최근 파프리카와 토마토는 가격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스마트팜밸리는 스마트팜 사업을 더욱 확장해 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 단지에 3만평 이상을 조성한다. 농사를 짓고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 150명이 필요하다. 하나의 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4개를 조성하며 땅은 지자체가 매입하고 기반조성과 시설은 국가가 책임진다.

수요자 중심 생산체계 구축, 청년농업인 육성, 농업과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이 목표란다. 수요자 중심 생산체계는 규격화된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말인 것처럼 보인다. 농산물을 공장에서 프레스 찍듯 균일한 크기로 생산하겠다는 건데 발상과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농민이면 다 안다.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해 시설을 임대할 때 청년농업인을 우대한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노동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하우스 농사 평수는 대략 1,000평이다. 최근 딸기 가격을 보면 비닐하우스 고설재배의 경우 평당 5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얻는다. 부부의 연봉이 5,000만원이 된다는 뜻이다.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못한 소득을 위해 부부는 1년 연중 피똥을 싸야 한다는 것을 딸기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3년을 버틸 수 있을까? 고개가 저어진다.

정부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주요 이유 중 세 번째, 농업과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에 필자는 주목한다. 도로 놓고 전기공사하고 유리온실 짓는 데 개소당 약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사업에 국가예산만 약 3,600억원이 투입된다. 이후 마을 조성 및 배후시설 지원까지 어림하면 개소당 국비 및 지방비 예산 약 3,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팜밸리 사업에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여된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밸리에서 생산된 규격화된 농산물은 그렇지 않아도 과잉된 국내산 농산물과 경쟁할 것이다.

비닐하우스 채소농사가 작년 겨울과 올 봄에 곤두박질쳤다. 그 여파가 대파와 양파, 마늘까지 이어졌다. 지난 3년간 파프리카, 토마토 재배 농가는 그야말로 죽을 쑤었다. 소비는 한정되어 있고 생산은 늘어난다. 단위면적당 소득이 주니 농민들은 생산시설을 더 늘린다. 재배 농가는 줄고 가구당 재배 면적은 느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생산을 독려하는 일이 아니라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농산물 최저가격이 보장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주요 농산물을 공공적 영역에서 수급을 조절하는 사업에 정부가 주저할 시간도 명분도 없다.

현장 농민들은 이 사업을 왜 하는지 모른다. 공모신청을 준비하는 해당 시군의 현장 농민들과의 간담회, 토론회 한 번 없었다. 깜깜이 국책사업이다. 결국 이 사업은 ‘농업계의 4대강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다.

돈 버는 사람은 오직 건설업자다, 농업과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에서 농업은 망하고 전후방 산업만 흥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3년, 5년은 버티다 농민은 떠나고 결국 건물만 남아 지금 스마트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농들이 시설을 차지하고 말 것이다. 정신 차려야 한다.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보를 뜯어내니 강이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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