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농민들 태양광 발전사업 맹성토

농민들 “설명회·공청회도 없었다” … 군청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 아니다”

  • 입력 2018.07.06 10:59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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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지난 2일, 강원도 철원군 서면 자등6리 마을회관에서 ‘태양광 발전사업 철회’를 위한 긴급마을총회가 열렸다. 마을회관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주민들로 꽉 찼고, 신속하게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김영수 이장은 이 자리에서 “이런 경우가 어디 있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온다는 설명회도 공청회도 없었다. 까맣게 몰랐다. 시골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거냐? 공무원들은 뭐 하는 거냐?”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마을 주민 박모씨는 “장소가 하필 마을 어귀다. 동네 들어서자마자 보게 된다. 경관상 좋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을 개발위원 조은희씨는 “장마 때면 그곳에서 발생한 토사가 마을로 밀려든다. 시설물 관리할 때 발생하는 오염물질도 다 마을로 흘러들어 올 것이다. 위험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총회가 끝난 후, 비상대책위원들은 철원군청에 가서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군청의 입장은 완강하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늘리는 게 국가역점사업이라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전에 설명회나 공청회를 열어 주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라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점에서 주민들은 더욱 분통을 터뜨린다. 공무원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 일하냐는 것이다.

올해 6월 14일을 기준으로 철원군의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건수는 1,000kw 미만 282건, 1,000kw 이상 161건, 총 443건이다. 이 중 사업을 개시한 건수는 1,000kw 미만 36건, 1,000kw 이상 55건, 총 91건이다. 또, 6월 14일 이후 허가 관련해 처리중인 건수는 181건이다.

태양광 시설이 눈에 띠게 늘면서 주민의 우려는 커졌고, 사업자와의 갈등이 불거졌다. 주민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입지의 적정성이다. 허가 건수의 45%가 산지다. 울창한 숲이 무차별하게 깎여나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본다. 산지 난개발로 인한 환경과 경관 파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농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은 ‘영농형태양광’ 발전 사업이다. 농업의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 농지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다. 농민들은 기업형 축사 설치에 농지를 내주는 것으로도 부족하냐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주거지와 가까워 전자파나 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한가의 여부도 뜨거운 문제다. 시설물 공사 중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공무원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규제를 할 뚜렷한 지침이 없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항의와 반발이 거세지자 철원군의회는 지난 5월 8일 비로소 태양광 발전사업의 지침인 조례를 통과시켰다. 문제는 5월 8일 이전에 신청된 건수들에 대해서는 조례를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등6리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해당 건설사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으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인허가에 따른 재심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른 태양광 사업이 농촌에 미친 바람처럼 몰아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중요하지만 정책의 근간인 철학과 실행의 원칙과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머리를 드는 상황에서 정부 당국은 농민들의 아우성을 곱씹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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