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잠긴 타작물재배 정책

논에 심은 콩, 두 차례 침수 탁상농정으로 농민만 피해

  • 입력 2018.07.06 10:56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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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당진 농민 최성규씨가 논에 파종한 콩이 두 차례나 침수돼 밤잠을 설쳐가며 양수기로 물을 퍼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당진 농민 최성규씨가 논에 파종한 콩이 두 차례나 침수돼 밤잠을 설쳐가며 양수기로 물을 퍼낸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쌀 감산정책에 따라 논 타작물재배에 나선 충남 당진 농민들이 폭우에 논이 잠기는 등 피해가 이어지자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피해 농민들은 정부의 권장에 따라 논에 타작물을 재배했다가 가뭄에는 염해로, 장마철엔 침수로 이중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며 배수대책은 물론 타작물재배를 포함한 정부의 쌀 감산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당진 농민 최성규씨는 지난달 27일과 30일 1만2,540㎡ 논에 파종한 콩이 두 차례나 침수돼 양수기 6대로 밤잠을 설치며 타작물 구출 작전을 폈다. 최씨는 “타작물 신청할 때 지번을 첨부했기에 행정기관에서 침수와 가뭄, 토질 등 제반 여건을 조사해 미리미리 지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섭 당진시농민회 부회장도 “농민회는 타작물재배의 부당함을 처음부터 정부와 국회에 제기하며 한국농어촌공사에 계약위약금을 지불하면서 싸워왔다. 정부와 농어촌공사는 타작물재배를 핑계 삼아 간척지 논에 대단위 조사료 단지를 조성한다며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빼앗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농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고 했다.

노종철 해풍영농법인 대표도 “타작물재배 실패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을 정부가 한시적으로 추진하는 게 문제다. 마늘값, 양파값이 폭락한 것도 논 타작물재배로 인한 과잉 생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가 즉시 수매 등으로 가격보장을 해줘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정작 정부가 해야 할 쌀 수급문제를 자꾸 농민들에게 떠민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합덕읍 이모씨는 “타작물재배로 쌀을 감산하는 것보다 먼저 지목이 논이 아닌 잡종지나 불법개답해서 만든 논, 높은 산간지역 논부터 타작물재배를 유도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의 요구에 신호섭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주무관은 “매년 배수로 개선사업을 하고 있으며 농민들의 지적을 적극 수용해 점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연규 당진시청 농업정책과 주무관도 “상습침수지는 권장하지 않고 배수로 정비도 매년 지원하고 있다. 다만 1,000 필지가 넘는 대상농지의 모든 걸 다 알아서 해줄 수는 없어 농민들이 요청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솔직히 지난해 타작물재배로 농가수익면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었는데 전문가들도 당진지역 토양이 타작물 재배지로는 적지가 아니라고 말한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주무관은 이어 “농민들 불편사항을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물 관리기관인 농어촌공사 당진지사 동부지소의 박명선 주사는 “원래 이 지역은 수십년 전부터 벼농사 논으로 경지정리 한 곳으로 밭작물을 재배하려면 배수로와 용수로 높이를 재조정하는 재 경지정리사업이 선행돼야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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