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연속 인터뷰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
[‘농협 개혁’ 연속 인터뷰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
  • 박경철 기자
  • 승인 2018.07.06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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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도 개혁하는데 농협은?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6년 농협법 개정안 통과로 지난해 초 농협의 지주체제 전환이 완료됐다. 이후 새정부 출범과 맞물려 농민·사회단체도 농협 적폐 청산을 요구했지만 뒷심이 부족했다. 또한 국회가 개정 농협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만든 농협발전소위원회도 휴면 상태다. ‘농협 개혁’ 목소리가 잦아드는 형국이지만 “농협이 문제”라는 농민들의 성토는 여전하다. 매월 농협 전문가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농협 개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한다.

농협 개혁, 주체역량 강화가 해법 … 독립적 ‘농협연구교육센터’ 여는 게 꿈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은 “평소 농협 교육 등을 통해 농민 조합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품목농협연합회 등 다양한 연합체를 활성화시키는 게 농협 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은 “평소 농협 교육 등을 통해 농민 조합원의 역량을 강화하고 품목농협연합회 등 다양한 연합체를 활성화시키는 게 농협 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호 기자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은 농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농협 전문가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부장부터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을 역임하며 농협 개혁 이론과 근거를 만들어온 까닭이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해 8월 ‘농협의 특권 실태와 변화과정에 대한 신제도주의적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지난해 설립한 ‘자치와 협동’과 ‘농어업정책포럼’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문재인정부가 농업의 근본적 틀을 바꾸겠다고 공약한 만큼 농어업정책포럼에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정책대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문재인정부가 농협 개혁을 어떻게 다루게 할 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재벌의 경우 학자나 시민사회 활동이 이어져왔고,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이 돼 있어 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농협의 경우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화두로 부상되지 않고 있어서다.

독립적 농협연구교육센터를 만드는 게 자신의 꿈이라는 이 사무국장. 그는 “소규모 생산자조직의 활성화로 농협 개혁을 이뤄야 우리 농업이 회생할 수 있다”며 “농업 회생의 주체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위치한 농어업정책포럼 사무실에서 이 사무국장을 만나 농협 개혁의 구체적 청사진을 확인했다.

- 농협중앙회를 진단한다면.

농협중앙회는 지역농축협 연합조직으로 회원농협을 지원해야 하는 위상을 갖고 있음에도, 오히려 자금, 지침을 통해 60여년 가까이 회원농협을 통제하고 군림하고 있다. 김영삼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매 정부 농협 개혁을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 돼왔다. 한국 농업의 가장 큰 문제가 농협이지만 개혁의 주체가 미비하고 정책당국자의 인식도 미비해 어려움에 놓여있는 상황이다.

특히 농협 개혁의 핵심 주체인 조합원이 고령화되고, 주인의식도 떨어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역농축협의 임원이나 대의원, 조합원 대표들의 조직도 없다. 2009년 초 지역농축협 조합장, 이·감사, 대의원들이 모여 지역농협 임원·대의원전국협의회(준) 결성식을 갖기도 했지만 집행능력이 담보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그나마 어려운 상황에서 20명 안팎의 개혁 성향 조합장들이 정명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은 힘이 부족하다. 실제로 농협 시군지부장이 정명회에 가입하려는 조합장을 찾아가 무이자자금 지원 등을 놓고 압박한 사례들도 있다.

- 막막하기만 한 농협 개혁, 해법은?

개혁 주체가 마련되지 않은 게 농협 개혁 운동을 꾸준히 추진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다. 중장기적으로 인적주체와 조직주체 등 개혁의 두 주체를 확립하는 것이 해법이다.

인적주체는 바로 조합원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감사협의회도 만들고 대의원 조직도 만들어야 한다.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다. 조직주체 역량 강화는 품목농협연합회나 지역농축협간 다양한 연합체 등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농협중앙회에 맞설 힘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품목농협연합회를 만들 수 있도록 회계, 마케팅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농협중앙회는 그런 역할을 전혀 못해준다. 협동조합 등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인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전국에 설립된 것처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을 통한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지역농축협들이 품목농협연합회 말고도 다양한 연합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그러면 예를 들어 정명회가 비닐공동구매연합회를 만들 수 있다. 20개 되는 농축협이 공동으로 비닐을 구매하면 시가보다 30% 싸게 매입할 수 있다. 연합회가 경제적 이익을 보면서 재원도 마련하고, 사무국도 구성하면서 농협 개혁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보면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도 있고 영농조합법인도 있다. 이런 소규모 생산자조직을 농협법 개정을 통해 가칭 농업생산조합으로 규정해서, 이 조직의 대표들이 지역농축협 당연직 이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또한 현재는 농협의 시군지부장이나 도본부장을 직원이 하고 있지만 이들을 지역농축협 조합장 중에서 선출해야 한다. 자치분권이 강화되는 만큼 이들이 지역농정의 파트너 대표로서 실제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농협연합회로 나아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다. 추후엔 연합회에 맞는 사무국 운영과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물론 농협중앙회장도 조합장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 그러면 지역농협연합회와 품목농협연합회가 상호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 설켜 촘촘한 그물망이 되고, 그만큼 농협중앙회에 대응할 수 있다.

그 이후 농협중앙회 이사를 지역농협연합회, 품목농협연합회 대표로 구성하는 것이다. 지금은 일부 조합장이 이사를 하고 있지만 역량도 부족하고 훈련도 되지 않아 농협중앙회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농협 개혁에 있어 전농 등 농민단체의 역할은?

농민단체는 조합원 대표조직이라 할 수 있다. 시군까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어서다. 농민단체가 다 해주면 좋겠지만 산적한 현안 속에 농협 개혁 의제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지금 현재로선 쉽지 않다. 조직주체, 개혁주체가 부단히 커져야 이들의 힘으로 개혁이 중단없이 지속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농민운동을 하면서 농민들이 서울서 농민대회도 참석하지만 그렇다고 농사일을 다 팽개치는 건 아니다. 농사는 뿌리고, 기반이라서다. 지금 시대엔 농민운동도 나름의 물적 토대와 기반이 있어야 한다. 한 축은 협동조합이고, 다른 한 축은 자치농정이다. 협동조합, 농협 개혁 운동이 농민운동의 기저에 깔려야 된다고 본다. 그만큼 자기역량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 지난 2015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농협 개혁 강연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11~2012년에 농협 개혁 주요사례인 불정농협 등을 취재해서 정리했다. 잘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들여다보고 교훈을 찾은 것이다.

잘 된 곳은 기본적으로 학습조직 등을 꾸준하게 운영했다. 정기적으로 조합원들이 모여 우리농협을 어떻게 바꿀지 공부하고 논의했다. 그러면서 조합장 선거 등을 조직적으로 준비하고 진출했다. 조합장이 선출되고 나서도 같이 준비한 조합원들이 이·감사나 대의원에 진출했다. 안 된 곳은 선거를 혼자 한 경우도 많고. 조직적으로 선거를 준비했더라도 선출된 이후 방관한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개별화된다.

50년 넘게 흘러온 농협을 조합장 1명, 이사 1~2명 넣는다고 바뀌는 게 아니다. 차이는 그것이다. 불정농협의 경우 조합장 선출 이후 12명 이사 중에 9명이 학습조직을 같이 했던 사람이 됐고, 대의원의 60%가 공부모임을 한 번이라도 같이 했던 조합원이다. 그러니 조합장이 운영 방향을 바꿀 수도 없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 문재인정부의 농협 개혁 전망은?

문재인정부 공약엔 품목중심의 경제사업 활성화가 있다. 이를 위해선 품목농협연합회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연합조직 설립과 농협중앙회장과 감사, 시군지부장, 도본부장을 회원농협에 돌려주고, 지역농축협이 생산자조직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정도로의 제도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 이런 체계가 된다면 농협 개혁에 있어 활로를 뚫을 수 있다. 이 정도도 못하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 내년 3월 제2회 선거를 앞두고 있다.

2015년 선거 준비 때보다 늦긴 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농민단체와 현장의 조합원들이 선거를 계기로 지역농축협과 농협중앙회의 미래를 바꾸는 고민을 했으면 한다. 선거를 계기로 공부 내지 친목모임을 만들어 담론을 형성하고 가능한 지역은 출마도 해야 한다. 그렇게 이번 선거를 농협 개혁의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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