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방통행 농정인가

  • 입력 2018.07.08 10:2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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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를 강조하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농정분야에서는 일방통행 행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농촌 현장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농약허용물질관리제도(PLS), 육묘업 등록제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정부는 올해 2월 22일 고시를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 모든 농산물에 대해 PLS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잔류농약관리 제도를 현행 네거티브 방식에서 포지티브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여 진다.

다만 제도의 전환 과정에서 사전에 현장 농민과의 소통을 통해 충분한 위해성 정보교류, 소면적 재배작물에 적용할 기준 보완대책, 기존 토양에 잔류한 농약 등 비의도적 검출 등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철저히 대비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농민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내년부터 전면 도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후에 현장 농민을 모아 놓고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통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제도 변경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보완대책 없이 무조건 내년부터 제도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제도 변화에 따른 모든 부담을 농민에게 떠넘기는 행정 편의주의 발상이다. 농정관료의 행정 편의주의 발상이 일방통행 농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육묘업 등록제 역시 행정 편의주의와 일방통행 농정의 사례이다. 정부는 불량 모종으로 인해 농민 피해를 방지하고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육묘업 전체에 대해 등록제를 시행하되 소규모 자가 채종에 대해서만 예외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등록제가 필요한 것은 육묘를 전업으로 하는 대규모 육묘업체이다. 숫자가 훨씬 더 많은 소규모 육묘농가에게 등록제는 육묘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만약 이대로 육묘업 등록제가 시행된다면 대다수 소규모 육묘농가의 밥그릇을 빼앗아 소수의 대규모 육묘업체 주머니로 몰아주는 것과 같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이 문제 역시 사전에 농민과 충분히 소통했더라면 대규모 육묘업체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실적인 등록제를 도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농정관료의 탁상공론과 편의주의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협의 과정이 있었다고 강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당 분야의 기업과 업체 그리고 전문가 등과는 협의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직접 당사자인 농민과는 충분한 소통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 통보로 진행돼 왔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반드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일방적인 시행을 미루고 충분한 보완대책과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방안을 농민과 협의하는 ‘협치’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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