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너도 나도 낀 세대! 우리 모두 새 세대!

  • 입력 2018.07.01 17:22
  • 기자명 심문희(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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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심문희 전남 구례군 마산면

내가 네 나잇 적엔 말이다. 말끝마다 나는 네 나이에 이렇게 살았단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에게 듣던 이야기들을 나는 어느새 아이들에게 각색해서 말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해주었음 하는 기대, 이제는 그렇지 않은 세상이라는 체념들,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가는 동안 세상은 쉴 새 없이 바뀌어 간다.

밭에서 쪼그려 앉아 풀을 뽑는 이는 어느새 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굶어 죽더라도 종자를 베갯머리에 넣어두는 농부는 과연 있을까?

‘내년에도 농사짓고 싶다’는 구호가 서럽기만 하다. 우리 농업이 박물관에 박제화 될 날이 그리 멀지 않게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이길 바래본다.

함께 일을 하고 거실에 앉아 TV를 켜던 아버지는 괜시리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벗어던진 옷을 주섬주섬 챙겨 세탁기에 넣으며 머쓱해 한다. 칭찬이라도 받고 싶은 모양이다.

“아들아 너는 왜 이 모양이냐.”

“아빠 아빠는 왜 그래.”

“엄마 엄마는 왜 그리 살아.”

위아래에서 소리를 듣는다. ‘여자는 이래야 해 남자는 이래야 해.’ 성역할 고정관념은 이제 낡은 편견이 되었지만 아직도 농촌 곳곳에선 성차별이 여전하다.

“나는 왜 이러지.” 나만 잘하면, 나만 참으면 되는데 하는 생각이 아마 되풀이 되는 세상을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과연 우리 딸들이 농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가능할까?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의무였다. 늙은 부모를 봉양한 뒤에 자신이 늙으면 자식에게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적인 ‘부양의 대물림’은 무너졌다.

우리 아이들은 취업난에 자기들 삶을 꾸리기에도 벅차다. 결혼이 필수였던 세상이 어느새 선택이 되어버렸다. 일 가정 양립이니, 출산과 자녀양육, 노인부양 등의 역할이 가족에서 사회로, 공공화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퍽퍽하기만 하다.

농촌소멸, 지방소멸을 예상하고 있지만 사람 사는 곳,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저기 낀 세대라고 하소연 하는 이들이 있다. 아마 우리 모두가 낀 세대라며 억울해 하고는 있지 않을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가치 있는 전통은 이어가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차별은 없애 나가며 법과 제도로 안착시켜내는 길을 서둘러야 한다. 이제 낀 세대가 새 시대의 주역으로 새로운 사회, 누구하나 소외받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의 주축으로 서야 하지 않을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는 말 가슴깊이 새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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