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농업의 미래 여는 여주자영농고

  • 입력 2018.07.01 11:58
  • 수정 2018.07.05 13:4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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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 위치한 농기계공동실습소에서 다른 학교 학생이 트랙터를 실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 위치한 농기계공동실습소에서 다른 학교 학생이 트랙터를 실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 여름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진 지난달 26일, 수업종료 종이 울리자 우산을 쓴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재배하는 감자와 토마토를 둘러보기 위해 종종걸음을 걷는다.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여주자영농고) 학생들의 일상이다.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농작물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암울하기만 한 농업·농촌의 현실 속에서도 농업의 미래가 쑥쑥 자라고 있다.

많은 농고들이 간판을 바꿔달거나 생산학과를 다른 과로 변경하고 있다. 하지만 1945년 문을 연 여주자영농고는 농업 생산학과를 유지하고 실습도 많이 해 전국에서 우리나라 농업을 대표하는 농고로 인식되고 있다.

여주자영농고는 입학생을 일반전형 50%와 진로적성(취업희망자) 특별전형 50%로 선발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농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지원하고, 특별전형의 경우 부모가 농사를 짓고 가업승계 계획을 가진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과 함께 자영원예과, 자영축산과, 자영식품산업과, 자영조경과 중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그에 따른 교육과정을 밟게 된다. 1학년은 일반교과 과정이 중심이지만 2~3학년은 실습 위주다.

주목할 점은 ‘영농과제실습’이다. 이 과정은 2학년이 되면 모든 학생이 전공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수해야만 한다. 전국에서 유일한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은 1년 동안 스스로 구입한 모종을 심고, 키우고 수확한다. 이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농업에 대한 가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30만평에 달하는 학교 부지에 조성된 실습 시설이다. 학생들이 실습을 하러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지만, 원예와 축산, 유리온실, 스마트팜, 동물농장, 농기계 공동실습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전체 학생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도 강점이다. 학교에서 24시간 생활하며 정규수업 시간 이외엔 진학이나 취업, 진로 관련 동아리 등 자신의 적성에 맞는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만 40여개다. 그렇다보니 대다수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수업료와 입학금이 면제고 급식비도 지원한다.

지난해 졸업생 146명 중 농업에 뜻이 있는 15%의 학생은 전문교육을 위해 여주농업전문학교나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했고, 60% 학생이 대학에 진학했다. 또 20%는 농업 관련 공무원이나 공기업, 회사에 취업했다.

인문계고 학생들은 좋은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다 보니 행복한 학생이 몇 명 안 된다면 여주자영농고의 경우 진로가 뚜렷하고 농업에 대한 자부심과 낙관이 있어 눈빛부터 다르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실습 위주 교과과정과 학교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율성을 높이다보니 학생 스스로 변화 과정을 겪는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놀랄 정도다. 결국 의지를 가진 학생이 가장 큰 장점인 셈이다.

물론 학교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이 농업에 대한 희망과 꿈을 잃지 않도록 지도하면서도 한쪽 방향으로만 모는 게 아니라 아이들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다.

하성무 여주자영농고 교감은 “농업은 식량주권으로 국방만큼 중요하다. 농사짓는 것 자체가 애국이다. 외국에선 준공무원 정도로 농업 수익을 기본적으로 보장한다. 우리나라도 안정적 수익과 함께 교육이나 복지 등 농촌에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아이들도 자신감 있게 농업을 할 수 있고, 부모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 교감은 “우리가 사회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며 “농업정책은 정치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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