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청춘을 바칠 만큼 충분히 가치 있다”

농고생에게 농업을 묻다

  • 입력 2018.07.01 11:46
  • 수정 2018.07.03 10:03
  • 기자명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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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농업은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기반산업이지만 최근 들어 더욱 잦은 농산물 가격 폭락과 기상이변 등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더욱이 새 정부 농정은 장관 부재 등을 이유로 산적한 현안 문제 해결엔 손도 못 댄 채 긴 공백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건 속 농업전문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한국농정>은 재창간 18주년을 기념해 신문사와 비슷한 또래의 농업고등학교 학생들을 찾아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달 26일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서 만난 6명의 학생들은 농업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과 당찬 포부 등을 밝히며 미래에 대한 확신을 나타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여주시 여주자영농고 학생회실에서 만난 6명의 학생들은 농고를 택한 자신의 소신을 뚜렷이 밝히며 한목소리로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가 끝난 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농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학생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여주시 여주자영농고 학생회실에서 만난 6명의 학생들은 농고를 택한 자신의 소신을 뚜렷이 밝히며 한목소리로 “농업에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가 끝난 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농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학생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농업전문고등학교, 진학 이유는?

곽유빈 자영식품산업과 3학년
곽유빈 자영식품산업과 3학년

박채훈 부모님께서 반평생 바친 목장을 이어받고 싶었다. 부모님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셨지만 얽매이지 않고 자연과 함께 한다는 점이 적성에도 맞아 지원을 결심했다.

곽유빈 식품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농업을 함께 공부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입학했다. 한 살 많은 오빠가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 다닌 영향도 있다.

홍석주 아버지와 워낙 친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하는 과수원과 조경수 재배 일을 어려서부터 많이 접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진로를 결정하게 됐고 부모님 추천으로 진학했다.

박제규 저도 부모님 추천으로 입학했다. 또 고향이 경기도 이천이라 영농 현장 가까이에서 농사짓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농업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진로를 빨리 정하게 됐다.

김정환 워낙 앉아서 가만히 있질 못하는 성격이다. 밖에서 활동하는 걸 좋아해 아버지 농사 다니는 것도 자주 따라다녔다. 그러다보니 농업전문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됐다.

신영서 초등학생 때부터 사육사가 꿈이었다. 동물 키우는 게 적성에도 맞아 학교를 찾아보고 지원했다. 그런데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최근에는 꿈이 방역 공무원으로 바뀌었다.

 

학교생활, 어떤지 궁금하다

박제규 자영원예과 3학년
박제규 자영원예과 3학년

박제규 입학하면 바로 삽질하고 실습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1학년 내내 인문 과목만 배워서 좀 힘들었지만, 2학년부턴 실습도 다양하고 배우고 싶었던 시설 원예 분야를 선택과목으로 공부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홍석주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공 수업을 듣는 데, 별로 듣고 싶지 않은 과목도 선택해야 하는 점은 좀 아쉽다.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좀 더 심화된 내용을 공부하면서 전공에 집중하고 싶다.

박채훈 저는 전공 이론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실습은 이미 많이 접해 본 일이라서 미흡하다 느꼈고, 이론 공부를 통해선 몰랐던 걸 많이 배울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대학 진학도 꿈꾸게 됐고 앞으로 좀 더 깊이 있는 실습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영서 고등학교에서는 대체로 교실에 앉아 수업만 듣는데, 우리 학교는 전체 수업의 3분의 2가 실습이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또 동아리 종류도 많아서 다양한 동물을 키워볼 수 있다는 점이 진짜 흥미롭다.

신영서 자영축산과 2학년
신영서 자영축산과 2학년

 

김정환 저도 동아리 활동이 만족스럽다. 재작년 채소 재배 동아리에서 자이언트 호박을 100kg까지 키워봤다. 중간에 깨졌지만. 원래 놀이공원에 납품할 예정이었다. 올해 또 도전중인데 동아리 고기 회식을 위해 꼭 성공하고 싶다.

곽유빈 사업 경영이나 창업 등 실질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현장 실습의 경우 학교 지원이 좀 아쉽기도 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창업 경진대회나 동아리 발표대회 등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계획서 작성은 물론 상품을 직접 제작·수정하는 등 배울 점이 많다.

박채훈 생활하면서 힘든 점을 꼽자면, 집이 너무 멀다는 것? 기숙사에서 지내는 경우 보통 2주에 한 번 집에 가는데 저는 포항까지 왕복 10시간이 걸려서 집에 자주 못 갔다. 처음엔 그게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축산과는 전염병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키우고 싶은 동물이라도 조류나 우제류의 경우 제약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박제규 기숙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학교가 워낙 넓다 보니 시간 맞춰 동아리 실습 포장에서 출발해도 점호 전 기숙사에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점호를 놓쳐 벌점이 쌓이면 봉사활동도 해야 되고 가끔은 너무 넓은 학교가 힘들다.

 

진로 등 고민이 있다면?

김정환 자영원예과 3학년
김정환 자영원예과 3학년

김정환 가업을 물려받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고, 그러려면 대학교를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부가 문제다. 노력을 안 하기도 했지만 진학에 있어 고민이 많다.

홍석주 학교를 다닐수록 점점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데, 고등학교 3학년으로써 걱정이 크다.

박제규 저 역시 가업승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고등학교 수업으론 부족할 것 같아 대학 진학을 고려하고 있다. 어떤 분야를 세부적으로 공부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신영서 저는 대학에 별로 가고 싶지 않아 고민이다. 방역 공무원이 되고 싶은데 관련 대학 졸업이 시험 자격요건이다. 직업을 위해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박채훈 전공인 낙농은 6차 산업으로 연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나만의 6차 산업체를 꾸려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기반 조성을 위한 자본이 큰 문제로 다가와 창업의 꿈은 아쉽게도 포기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또 다른 꿈인 해외 선진농가 견학에 도전할 생각이다.

곽유빈 더 많은 걸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취업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고 거기에 맞춰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다.

 

농업, 어떻게 생각하는 지

박채훈 자영축산과 3학년
박채훈 자영축산과 3학년

박채훈 농업은 1차 산업으로서 대한민국의 기반이다. 이 부분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도 느끼고,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결과로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농업은 되게 멋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환 벼농사를 예로 들어 모를 내고 농번기를 거쳐 수확까지 아무리 잘해도 농민 수중에 돌아오는 수익은 적다. 창고엔 쌀이 계속 쌓이지만 주곡은 여전히 자급자족이 안 되고 정부는 매년 수매를 계속 한다. 암울하게도 한국 농업에서 쌀은 미래가 없는 것 같아 대체작물 재배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인삼 등 우수한 작물을 재배해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신영서 옛날엔 가난하다는 인식으로 농업이 무시 받았지만, 최근 들어 귀농·귀촌 등 농업을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농업으로 충분히 성공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제규 기성세대 시각이 아닌 미래의 발전 방안으로 농업을 봐주면 좋겠다. 최근 농업에 종사하는 연령층이 높아지고 청년들은 농업을 기피한다고 하는 데,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 농업에 관심을 갖고 도전하는 만큼 농업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홍석주 자영조경과 3학년
홍석주 자영조경과 3학년

홍석주 전공하고 있는 조경에 대해 얘기하자면 전망이 무척 밝은 산업임이 분명하다. 사람이 생활하기 위해선 건물도 계속 지어야 하고 거기에 조경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경 분야의 1인자가 되겠다.

곽유빈 식품의 경우 디저트 분야만 봐도 이미 레드오션이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만 있다면 트렌드부터 산업이 나아갈 지향점까지 바꿀 수 있다. 끼어들 틈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농생명과 식품 트렌드를 접목해 이전에 없던 색다른 생산물을 만들 계획이다.

박채훈 덧붙여 농업은 앞으로의 20대와 30대 청춘을 바칠 만큼 가능성 있는 산업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멋지고 정직한 낙농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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