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사업 위한 공공토지수용, 이젠 그만

담양 사례, 토지수용 분쟁 전환점 될까

  • 입력 2018.06.24 10:57
  • 수정 2018.06.24 21:1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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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토지보상법의 선을 넘는 강제성과 미흡한 보상규정이 각지에서 해마다 분쟁과 반발을 낳고 있다. 농촌과 농민이 보기엔 농지를 빼앗고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다양한 피해 사례를 통해 현 토지보상법의 문제점을 들춰보고, 법과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좋을지 그 방향을 탐구해 본다.

 

①공익사업 앞세운 토지수용, 설 곳 잃는 농민

②‘공공시설’ 둔갑해 농지 빼앗은 골프장

③“내 땅이 수용대상인지조차 몰랐다”

④수익사업 위한 공공토지수용, 이젠 그만(완)

 

지난 2017년, 토지수용을 동반한 개발 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에 맞서 사업인가 취소 및 토지수용재결 취소소송을 건 주민들이 최종 승소하는 일이 있었다. 전라남도 담양군이 지난 2012년부터 추진했던 ‘메타프로방스 조성사업’ 사례다.

담양군은 지난 2012년부터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주변 약 21만㎡ 규모 부지에 유원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담양군과 시행사가 제대로 된 토지수용절차를 지키지 않았으며 공공토지수용의 필수조건이 되는 사업의 공익성 또한 뚜렷하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 됐고, 일부 주민들은 사업 무효와 토지수용 철회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담양군과 주민들은 각각 1심과 항소심에서 한 번씩 이겼고,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사업 특성상 공익 수행 능력이 부족한 유한회사를 시행사로 선정한 것·토지수용률이 59%에 불과했는데도 사업을 강행한 점·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공익시설 부지 등을 제 3자에 팔아넘긴 점 등을 고려, ‘사업에 공익성이 결여됐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런 판결에도 불구하고 메타프로방스는 현재 정상 운영 중이고, 사업을 추진했던 군수는 이번 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담양군은 대법원 최종 패소 이후 3개월 만에 수정된 사업실시 계획으로 전남도로부터 재인가를 받았다.

이런 국가공익사업에 요구되는 공익성 수준이 너무나 낮다는 것은 지난 연재의 골프장 건설 사례로 한 차례 조명한 바 있다. 허점투성이의 실시계획도 인가를 받았는데, 판결 이후 나름 ‘공익성을 강화했다’는 새 계획이 인가 받기에 부족함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선지 담양군은 항소심 패소 이후에도 일부 공사를 강행하고 있었다.

담양군은 2심 패소 판결 직후 “…비록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관철시키려고 한 일부 토지 소유자들의 주장으로 사업이 일정기간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혀 애당초 지자체의 잘못된 행정으로 원인을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사업 재인가 이후에는 “현실과 시대에 맞지 않은 각종 법률 조항 때문에 소송의 빌미가 되는 일이 없도록「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등 각종 법률을 분석해 개정안을 지방자치분권 시대에 맞게 체계적으로 국회나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느슨하고 애매모호한 규정 탓에 국회에서조차 국가에 월등하게 유리하다고 지적하는 관련법을 더욱 풀어버리고 싶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메타프로방스는 판매·숙박 등 수익사업 운용을 이어가게 됐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그간 토지수용 관련 분쟁에서 법원이 늘 수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던 역사를 뒤집었으며, 공익성 검증과 절차 준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광주광역시가 어등산 일대에 추진 중인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수익사업 위주로 흘러가려는 조짐이 보이자 이 지역 시민단체들은 담양의 사례를 토대로 정책토론회(‘어등산 개발사업, 제2의 메타프로방스 되는가?’)를 열어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토지수용으로 인해 완주군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박병식씨는 “담양 사례를 보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법원까지 거치며 싸우는 것은 개인이 치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뜻이 맞는 피해자들과 함께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토지강제수용철폐전국대책위원회도 국가사업의 공익성 검증을 토지보상법 개정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삼고 의원들과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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