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선거, 혹은 정치라는 것에 대하여

농민 직접정치를 말하면서도 농민을 정치 주체로 생각지 않은 것 후회 돼…

  • 입력 2018.06.24 09:34
  • 기자명 이대종(전북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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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종(전북 고창)
이대종(전북 고창)

“애통 터진다”는 말이 있다.

답답해 죽을 지경을 이르는 말이다.

내가 그렇다. 나는 무슨 일을 미루고 미루다 더는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루다 겨우 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그렇다.

나를 맡고 있는 신문사 기자는 참말로 애통 터질 것이다. 나쁜 습성이 몸에 붙었다.

선거를 치르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과연 뭘 했나 싶다. 실제로 표를 움직일 수 있는 일을 과연 한 가지라도 했던가?

“자네들이 우리한테 누구 찍으라고 말이나 해봤는가?”

70~80 잡수신 노인네들 표가 문제라는 말을 누군가 꺼냈다. 동네 어르신 한분 그 말을 듣다 말씀하셨다. 농민회 하는 자네들 말이라면 그 어떤 사람들 말보다 귀담아 들을 건데 말이나 해봤냐는 질책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심사숙고하면서 투표를 하는지 알기나 하냐고 따졌다.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어제 낮 농민회 통일쌀 모내기 행사를 치르고 모정에 모여 앉아 선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랬다. 나는 몹시 바쁜 척 돌아치기만 했을 뿐 내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동네 사람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 맘을 알아주겠지 하는 허튼 기대가 있었을 따름이다. 내가 입을 열어 말을 했다면 투표 결과가 달라졌을까? 아마도 꽤나 달라졌을 것이다. 그 언젠가 우리 지역 민주노동당 표가 월등하게 많이 나온 적이 있었다. “왜지? 이유가 뭘까?” 궁금해 했는데 바로 나 때문이었다.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또 직접 만나서 표를 달라 요구했었다. 자네 말 듣고 민주노동당 찍었노라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했다. 그때는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몹시도 바쁜 모내기철에 선거를 치른다고 투덜대기만 했을 뿐 나는 일상의 현실 세계에서 만난 그 누구에게도 선거 얘기를 하지 않았다. 도지사 선본에서 일하고 있노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했다. ‘도지사 선거는 공중전’이라고 허공에 대고 소리쳤을 따름이다. 농민의 직접정치를 말하면서도 정작 농민들을 정치의 주체로 생각하지 않은 탓이다. 정치 혐오주의가 문제라는 말을 하면서 내 스스로 정치 혐오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제 와서 후회된다. 몹시 후회스럽다.

고창지역 면단위 단 한군데에서 의미 있는 민중당 표가 발견됐다. 확인해보니 역시 그랬다. 그 지역 면 지회 전·현직 회장이 열심히 말을 하고 다녔다. 민중당과 농민후보에게 표를 달라 실제로 호소했다. 농민 도지사에 대한 정치 후원금이 가장 많이 조직됐다. 그 결과 타 지역보다 월등히 많은 표를 받았다. 농민들이 몰라준 것이 아니라 내가 농민들을 몰라본 것이 문제다. 농민들의 정치혐오가 아니라 나의 정치혐오가 문제였다. 입에 발린 소리로 함부로 농민들을 평가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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