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검출’ 침대 무책임한 야적, 당진 농민들 “절대 허용 못 해”

즉각 안전지대로 이동 요구 ... 대진 측 본사 이동처리 약속

  • 입력 2018.06.23 11:09
  • 기자명 김희봉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정부가 라돈이 검출된 침대 1만7,000개를 주민들과 협의 없이 충남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인근에 16일부터 야적해 주민 100여명이 천막을 치고 농성하며 반발하고 있다(사진).

야적장 인근 농민들은 “라돈침대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곧 있을 감자축제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의 판매 감소 등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농민들은 또한 “당진지역은 가뜩이나 발전소·현대제철에서 미세먼지·쇳가루로 피해를 보는데도 피해보상 한 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귀농인 가재문씨는 “이곳 야적장의 폐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산물까지 오염시키고 만다”고 걱정했다. 김정환 송악읍개발위원장도 “태안 앞바다 유류사태 때도 기름 한 방울 안 흘러왔는데도 언론에서 떠들어대니까 관광객이 뚝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 조창모씨는 “방사능 오염 침대를 제대로 비닐로 포장도 안하고 적재한 것들이 많았다. 당진시민을 개돼지 취급한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방사능 전문가들은 살충제 계란 사태처럼 언론의 과대포장과 정부의 늑장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면서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유종준 당진환경연합사무국장은 “빠른 처리보다는 안전한 처리가 우선이며 라돈침대에 대한 불안보다 정부의 안일하고 폐쇄적인 업무가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농민과 주민들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농산물과 횟집 등 2차, 3차 피해에 대한 정부 책임을 주장했다. 지난 19일 마을 대표들이 청와대 앞에 집회신고를 하자 국무조정실장이 급히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다.

홍 실장은 주민들과 만나 사과했지만 주민들은 즉각 안전지대 이동을 요구했고, 논란 속에 주민대표와 정부측의 긴급간담회가 40분간 이뤄졌다. 간담회에서 배정화 당진녹색어머니연합회장은 “야적장과 학교의 거리가 1.7km이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올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근 초등학교 어머니들이 나서서 해체작업 절대로 못하게 막겠다”고 통보했다. 홍 실장은 “먼저 주민들과 사전에 협의 없이 라돈침대를 반입시킨 것에 대해 시민들에게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히며 “정부가 5만개 정도 수거해야 하는데 이곳에 3분의1이 야적됐다. 어르신들이 양해만 해주신다면 신속하게 해체해서 안전하게 처리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문성 고대1리 이장은 “주민대책위는 라돈침대의 당진 현장해체를 반대하며 즉시 빼 갈 것을 요구한다”고 못 박았다. 김정환 송악개발위원장은 “26일까지 빼가지 않는다면 27일 트럭에 싣고 청와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민 문현만씨는 “정부가 주민안전을 생각하는 의지만 있다면 대형바지선 3척에 싣고 먼 바다로 가서 해체 처리하면 된다”고 해결방법도 제시했다.

정부 고위관료가 온다는 소식에 당진시청 관계자들과 시의원들이 대거 몰렸지만 주민들은 그동안 방치하다가 무슨 낯으로 왔냐고 따가운 질책을 퍼부었다.

당진시농민회와 참여연대 등 30여개 시민단체는 ‘라돈침대 은폐처리 진상규명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편, 지난 20일 천안에 본사를 둔 대진침대 측에서 라돈침대를 신속히 본사로 이동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고, 본 협약 체결에 앞서 주민총회가 열릴 예정이라 이목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