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희망 만드는 농촌협동조합④] 농촌공동체연구소

사람·자원 선순환하는 지속가능 마을공동체

  • 입력 2018.06.23 11:0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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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운영이 어려워서다. 매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지키며 지역에서 희망을 만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를 조명하고자 한다.

협동조합·사회적기업 육성한 농촌공동체연구소 … 도시보다 좋은 농촌의 삶의 질 꿈 꿔

농촌공동체연구소(연구소)는 충북 제천 덕산면에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일궈왔다. 그 중심에 있는 한석주 연구소 상임이사가 청년들의 꿈터가 된 누리마을 빵카페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농촌공동체연구소(연구소)는 충북 제천 덕산면에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일궈왔다. 그 중심에 있는 한석주 연구소 상임이사가 청년들의 꿈터가 된 누리마을 빵카페 앞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14년 전 충북 제천시 한수면의 초등학생은 100여명이었지만 현재는 36명 안팎이다. 이웃마을인 덕산면의 경우도 당시 비슷한 학생 수를 보였지만 현재 80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촌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지만 그만큼 젊은 층이 유입되고 있어서다. 그 비결은 ‘협동’에 있다.

덕산면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협동을 통한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꿈꿔왔다. 결혼 이주 여성들의 보금자리에서 청년들의 꿈터가 된 누리마을 빵카페부터 먹거리 나눔 협동조합 ‘파릇’, 마을목공소, 덕산누리 교육협동조합, 덕산전통시장협동조합, 월악산힐링푸드영농조합법인까지. 지난 2011년 세워진 농촌공동체연구소(연구소)를 토대로 뻗어 나온 가지들이다.

생태적 가치에 기반한 교육, 다양한 문화의 창조와 향유, 상부상조의 전통을 바탕으로 마을공동체 경제를 활성화해 자립순환하는 행복한 농촌마을을 만드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다. 연구소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영농조합법인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를 육성·성장시켜왔다. 이는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도시민이 농촌으로 돌아오는 배경이 됐다.

다양한 시도의 중심엔 한석주 연구소 상임이사가 있다. 누리마을 빵카페에서 지난 18일 그를 만났다. 그는 “여기서 학교를 보내도 도시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며 “이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추진했던 다양한 활동들이 실제적 효과로 증명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양한 직함을 두고 있다. 연구소 상임이사와 함께 덕산전통시장협동조합 이사장, 예비 사회적기업 참좋은 농수산물 ‘곳간’ 대표, 제천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 충북사회적경제협의회 공동대표, 덕산주민자치위원회 감사를 맡고 있다. 도시는 전문분야별로 분화가 돼있지만 농촌은 모든 게 통합돼 있다 보니 일감도 몰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실 한 상임이사의 전문분야는 교육이다. 서울에서 공교육에 교사로 10년 동안 몸담았던 그는 성미산학교를 세운다는 얘기에 설립추진위원장을 맡았다. 큰딸이 1호 입학생이 됐다. 이후 2005년 대안학교인 간디학교에서 중고 통합교과과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내려왔다고 한다. 벌써 14년째다.

교과과정을 만들고 간디학교 교사를 하면서 간디교육연구소를 세워 간디학교와 마을사업을 연계했고, 결국 2011년 연구소를 세운 것. 한 상임이사는 “도시 아이들이 농촌에서 대안적 삶을 배우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건 맞지 않다. 우리가 말 한대로 살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마을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농촌의 경우 협동을 통해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지만 기계화, 산업화, 상품화로 인해 농촌에서도 점점 농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는데 다시금 협동이 필요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이 되지 않으면 농산물을 갈아엎는 현실이 농촌사회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니 스마트농업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협동을 통해 농촌 본연의 생태계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돈이 안 되니 자본이 철수한 서비스를 하고 싶은 사람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자본을 모아두는 역할을 연구소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우여곡절 속에서도 인구가 증가했고 덕산초교는 충북 혁신학교인 ‘행복씨앗학교’ 1호로 선정됐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통 면단위에 주민자치위원회 프로그램이 5개 정도되지만 덕산면엔 25개나 된다. 밴드, 풍물패, 색소폰, 수예, 몸살림, 합창, 댄스 등 각종 동아리를 만들거나 지원한 것이다. 또한 벼룩시장과 음악회, 문화공연도 더해졌다. 일자리도 자연스레 창출됐다. 연구소와 다양한 협동조합 등을 통해 많을 때는 20명까지 일자리가 생겼다.

이런 탓에 연구소는 협동조합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3년 연구소가 ‘농촌협동조합 제대로 하기’를 주제로 주최한 워크숍엔 25명을 예상했는데 전국에서 125명이 몰리기도 했다.

물론 우려도 있다.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이 주도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고 농가소득과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어서다. 한 상임이사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역민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지역 특산물을 이용하거나 6차산업 시범사업 등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연구소는 향후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에 정주할 계획이다. 마을대학을 통해 간디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농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두레농장 등 사회적농업을 통해 귀농인들의 정착도 도울 계획이다. 더불어 이동권·의료권·교육권·문화권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 상임이사는 시종일관 잃지 않는 웃음으로 농촌에서 만들어가는 대안적 삶에 대한 낙관을 대신했다. 농촌에서의 삶의 질이 도시보다 좋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연구소의 결연한 의지가 현실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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