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새지매 공동체

  • 입력 2018.06.24 13:17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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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지역에 새로이 여성농민 생산공동체가 하나 생겼습니다. 겨울 바다작업을 같이 하던 언니들과 함께 모여서 만든 것이지요. 그 첫 사업이 우리가 생산한 마늘쫑과 마늘로 장아찌를 담가서 판매하는 일입니다. 바쁜 농번기에도 함께 모여 공동작업을 해내며 우리의 활동을 계획하고 점검해냈습니다.

일을 하는 내내 이 바쁜 철에 혼자서는 절대 안 하고 못 할 일이라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전 인근 마을장터(이도 마을청년회와 부녀회가 처음 시도한 값진 자리)에 참여해서 시장성을 엿보았습니다. 결과는 ‘첫술에 배부르랴!’였습니다만 알 수 없는 설렘을 맛보았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외부의 지원이나 개입 없이 어떤 목적(소득이나 사회적 가치 등)을 지닌 공동체를 조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온 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맞추고 나눈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으니까요. 말로는 힘든 일일 수록 같이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규정성 있게 공동체를 꾸리고자 하면 고개를 흔듭니다.

공동으로 기계를 사거나 공동으로 시작한 일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려웠던 여러 경험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출발이 가능했던 것은 겨울 바다작업으로 이미 공동체 생활을 해 왔던 터라 지도력, 협동, 분배 등의 원칙이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농산물 가공에 있어서도 가능할 지 걱정이 앞섰던 것이고, 확실한 실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5명의 공동체 구성원을 보자면 귀촌한 지 10년 쯤 된 한 분 계시고 나머지는 소농 분들입지요. 그 중에는 혼자 농사를 짓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니 혼자 농사짓기 힘들다고 농사를 때려치우고 요양보호사를 해볼까, 식당에 일을 가볼까를 때때로 고민하기도 하셨습니다. 몸과 돈만을 생각한다면 일을 나가는 것이 훨씬 낫다고 하면서도 막상은 수십 년 동안 해오던 농사일을 버리기가 아까웠던 것이지요.

대개의 농민들이 농사에 대한 애증이 있듯 말입니다. 거창하게 보자면 소농조직화로써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이자 오늘날 한국 농업의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인 셈입니다. 현재의 농사구조에서 소농의 소득과 보람을 높여 생산자로서의 가치를 높여내는 공동체로 말입니다. 여성농민의 사회적 가치 확대는 말할 것도 없지요.

평생 몸에 일이 익은 현지 분들과 달리 귀촌 10년차 분은 들일이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까닭 없이 소외받기 일쑤이지요. 그런 분께서 농산물 가공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합니다. 상대적으로 시간여유가 많으니 공동체사업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장아찌를 만드는 데에도 공력을 많이 들이며 그런 만큼 표정이 살아납니다.

이 지점도 귀농·귀촌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젊은 귀농·귀촌자에게는 더없이 필요한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농민의 생산력과 귀농·귀촌인들의 가공·마케팅 정보 등과 엮인다면 훨씬 수월하게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로 소규모 가공을 통해 소득을 높이고 소농의 사회적 가치를 살려내자는, 작지만 원대한 목표를 실현할 날이 언제나 올 지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모를 일이지만 출발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기분 좋을 때가 더러 많지만, 내일을 꿈꾸고 계획할 때가 가장 눈이 빛나고 힘이 생겨난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막걸리 한 잔 올리며 ‘고시레’하는 것을 잊었지만 잘 되겠지요? 안 될 걱정은 안 하렵니다.

※ 새지매는 남해말로 작은 어머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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