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에 대한 경고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들리고 있는 요즘이다. 아직 피부에 와 닿는 식량위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세계 식량위기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많은 전문가, 연구자들조차 농업을 주목하고 식량자급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과연 우리나라는 식량위기 상황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정적인 농업의 기반을 갖추었는가? 농업이 식량위기를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한 농업이 필요성이 절박하며 ‘전통농업’을 통해 배우고, 농업의 회생을 이뤄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아직 전통농업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없다. 다만 미루어 짐작컨대 산업화 시기 이전의 농업을 가리켜 이른바 녹색혁명이라 불리는 농업의 변화가 일어나기 전을 지칭하는 것으로 쓰이고 있다. 혹자는 막연한 과거의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농사짓던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수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오면서 축적된 과거의 지식을 결코 우습게 넘겨 볼 일도 아니거니와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무조건적인 효율의 이름으로 상품성을 최고의 가치로 농업을 바라봐서도 안 될 일이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전통농업에 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안내하고 이에 대한 관심을 높여 함께 해법을 찾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은 일제하의 전통농업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다. 일본인인 다카하시 노보루가 조선의 농사시험장에서 일하던 시절 1937∼1943년까지 조선 팔도를 다니며 농민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자료를 모아 놓았다. 이 책에서 주의 깊게 볼 부분은 전통적으로 진행한 사이짓기, 섞어짓기, 그루갈이, 돌려짓기 등 작부체계에 관한 것과 씨앗, 거름 및 쟁기질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와 과거의 농사 방법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고 전통농법을 고스란히 현재에 재현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의 필요 따라 얼마든지 적용 가능한 것도 있고 버려져야 할 것도 있다. 중요한 점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회복하는 일이다. 자연을 착취, 파괴, 오염시키는 농업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자연을 살리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해내는 것이 올바른 농법이 아닌가 한다.
지금이 바로 우리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하고 종의 다양성을 살려나가며 식량자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우리 땅에서 우리 국민들의 몸에 맞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 이 모두를 담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농업을 깊이 있게 성찰해 봐야 하는 시기이다. 식량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농업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전통농업을 통해 농민과 국민이 상생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모색이 어느 때보다 더욱 절실한 오늘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