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농가, FTA 피해는 인정받았지만…

현실 무시한 지원규모에 실망감 역력
강도 높은 수입규제 필요 한 목소리

  • 입력 2018.06.17 12:45
  • 수정 2018.06.17 12:5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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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FTA 폐업지원제로 판매하는 염소가 많아지면 어쩌지요?”

“걱정마세요. 그 조건에 폐업할 농가는 한 곳도 없을 겁니다.”

“그런가요? 차라리 생색내기인 게 다행이네요.”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FTA 피해보전 지원대상품목에 염소를 추가했지만 현장 농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피해보전 제도가 본 취지인 농민들의 경영과 생활 안정에 기여하기 보다는 면피성 지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일 2018년도 FTA 피해보전직불금 및 폐업지원금 지급대상 품목을 확정했다. 지난달 지원대상에서 빠져있던 염소는 농가들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번에 포함됐다. 염소농가들은 다음달 31일까지 관할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지원신청을 접수해야 한다.

염소는 당초 가격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지난달 농식품부 발표엔 제외됐다. 이에 염소농가 대표들과 관계자들이 도축장을 돌며 가격자료를 집계한 뒤 이의신청을 해 겨우 요건을 충족시켰다. 협의에 나섰던 한 염소농가는 “농가들에게 자신들이 준비하지 못한 가격 자료를 조사해오라니 원성이 높았다”라며 “염소도 5대 축종에 포함됐는데 너무 정책적 관심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정된 지원 규모는 염소농가들의 바람과 너무 달랐다. 이의제기를 준비하면서 지원규모가 작을 것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대로는 하나마나한 지원에 그칠 것이라는 게 농가들의 여론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염소에 대한 피해보전직불금은 마리당 1,062원으로 폐업지원은 마리당 5만3,000원으로 책정했다. 폐업지원은 3년분을 계산하니 실제 마리당 15만9,000원을 지급하게 된다.

피해보전직불금은 전체 사육두수에 지급하는 게 아니라 지난해 출하한 마릿수와 수입기여도(48.94%)를 감안해 지급한다. 20마리를 출하해도 단돈 1만원 지급받기가 힘들 전망이다.

염소농가들에 따르면 최근 염소의 산지시세는 지난해보다도 떨어져 ㎏당 4,000~6,000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보통 출하체중이 60㎏대에서 이뤄지니 마리당 최소 24만원 이상은 받는 셈이다. 농가들의 얘기대로 폐업을 신청할 농가가 얼마일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기본적인 가격 통계조차 없을 정도로 제도가 미비했던 염소시장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지원조건도 문제다. 충북지역의 한 염소농가는 “수입에 밀려 거래 자체가 드문 실정이다. 또, 2014년 12월 이전에 축산업 등록을 한 농가만 지원대상이고 출하를 증명할 서류도 있어야 한다”면서 “대다수 농가들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애써 이의제기를 통해 지원 품목에 포함됐는데 허탈하다”고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FTA 피해보전직불금 및 폐업지원금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FTA 농어업법)에 의해 마련된 지원제도이다. FTA 농어업법 1조는 FTA 이행 시 피해를 입은 농어업인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 이들의 경영 및 생활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규정된 지원형태와 기준으로는 법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염소생산자단체들 사이에선 염소농가들이 FTA로 인한 피해를 입었음을 인정받은 데 의의를 두고 별도의 정부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을 종합해보면 △지속적인 원산지 단속 △국내산 수입산 혼합비율 표시 또는 개별 판매 △수입 양고기의 염소고기 둔갑 단속 강화 △수입쿼터제 도입 등 수입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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