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FTA 직불제

  • 입력 2018.06.17 12:37
  • 수정 2018.06.18 11:2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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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체결 이후 폐원을 지원한 포도농가의 비가림 시설에서 한 농민이 참깨, 고추, 콩 등 여러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위).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역항 중 한 곳인 인천항에 컨테이너선이 정박해있다.한승호 기자
FTA 체결 이후 폐원을 지원한 포도농가의 비가림 시설에서 한 농민이 참깨, 고추, 콩 등 여러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위). 우리나라의 대표적 무역항 중 한 곳인 인천항에 컨테이너선이 정박해있다.한승호 기자

2007년 4월, 극심한 사회적 갈등 속에 한-미 FTA가 최종 타결됐다. 정부는 FTA로 인해 피해를 입는 모든 농산물에 직불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났다. 현재 발효된 FTA는 15건, 협정상대국은 54개국에 달한다. FTA가 우리 농업을 뿌리째 흔들고 있는데 정부는 그 피해를 인정하기에 인색하기만 하다.

지난해 FTA 피해보전직불금(FTA 직불금) 지원 품목은 단 하나, 도라지만 선정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총 83개 품목을 조사·분석한 결과 지급대상은 도라지 1개 품목이라고 발표했다. 정말 농식품부는 2016년엔 도라지 외엔 FTA 피해를 입은 품목이 없다고 받아들이는 건지 의문이다.

농민들이 도입 당시부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반대했던 수입기여도 적용은 오늘까지도 살아남았다. 2004년 FTA 직불금이 도입된 뒤 처음으로 한우가 3가지 발동 요건을 모두 충족해 지원 대상품목에 선정됐지만 수입기여도가 24.4%로 계산돼 피해보전 규모가 대폭 축소되고 말았다.

다음해 고구마는 수입기여도가 0.55%로 적용됐고 그 다음해인 2015년엔 1.92%를 적용받았다. 법상 발동 요건을 모두 충족해도 수입기여도가 0%로 계산돼 아예 FTA 직불금을 받지 못하는 품목도 나왔다.

올해 처음 FTA 직불금 적용을 두고 조사·분석 대상에 오른 염소고기는 지난달 농식품부 발표에선 가격 요건이 맞지 않아 지원 품목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놀란 염소농가들이 부랴부랴 이유를 찾아보니 공식적인 가격 통계 자체가 없었던 게 원인으로 밝혀졌다.

염소농가들은 FTA로 인한 피해를 규명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농협중앙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그리고 전국의 염소도축장들을 돌아다녀야 했다. 농가들의 집단 이의제기로 간신히 염소고기가 FTA 직불금 지급대상품목으로 확정됐지만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운 장면이다.

염소농가들도 안다. FTA 직불금이라해 봐야 쥐꼬리만큼 나온다는 걸. 2013년 처음 FTA 직불금이 발동된 이래 이를 받고 팔자가 폈다는 농민은 없었다. FTA 직불금이 너무 작아서 자신이 직불금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사는 농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아예 엉터리 가격 조사로 얼렁뚱땅 책임을 모면하려 들면 되겠는가. 그로 인해 농민이 자신의 피해를 인정받으려 전국을 쩔쩔매며 돌아다니게 해서 되겠는가. 본 취지가 무색해진 제도를 지켜보기만 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농식품부에 주문한다. 더는 이런 식으로 농민을 우롱하는 걸 농정이라 부르면 안 될 것이다. 소관부처를 논할 것 없이 농식품부 조직 전체가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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