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통(通)하지 않으면 아플(痛) 뿐이다!

  • 입력 2018.06.17 01:06
  • 수정 2018.06.20 10:26
  • 기자명 김훈규(경남 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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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규(경남 거창)
김훈규(경남 거창)

“아프냐? 나도 아프다!”

몇 년 전 유행한 <다모>란 드라마에 나온 대사가 많은 사람의 심장을 쳤다. 몸이 아픈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거니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다룬 같은 제목의 책도 출간됐다. 상대의 아픔을 알고 이내 나의 아픔이 되는 것만한 옳은 소통이 있으랴.

선거철. 참 많은 후보들이 농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농도 짙은 호소에는 두 손을 꼭 잡고 고개를 깊이 조아리기도 했다. 거리거리마다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허리가 접히도록 인사를 했고, 역시나 자리를 깔고 큰절을 올리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세상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줄 듯 했고, 온갖 죄는 자기가 다 안고 가겠노라 외치는 듯했다. 후두둑 떨어진 초여름 낙과도 자기 탓이요, 천덕꾸러기가 된 저 들판의 마늘이고 양파도 제가 못나 그 사단이 난 듯 통한(?)의 가슴을 쳤다. 농민의 아픔을 다 안고 농업과 농촌의 회생을 위해 한 몸 불사를 ‘준비된 후보’임을 공언하는 숱한 그들의 자신감과 준비된 정책과 공약이 실현만 된다면 대한민국 농업은 걱정할 것도 없겠다 싶은 그런 ‘꿈’만 꾸는 시간이 지나간다.

그들의 꿈을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은 지역이 제법 있었다. 농민들이 직접 자리를 만들어 그들이 얼마나 내 마음 같이 아파하는지, 농민들이 아픈 걸 어찌 치유하는지, 꾸고 있는 게 꿈인지 타당한 주장인지 듣고 묻는 자리를 폈다. 다양한 방법과 여러 사례가 있었다.

양평군과 제천시에서 지자체장 후보를 초청하여 농민단체 연합으로 농정토론회를 주최했고, 정선군에서는 한농연 주최로 열었으며, 봉화군에서는 농업회의소가 주관한 토론회는 몇 후보자의 불참으로 무산되었다가 농민회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성사되었다. 이후 9개 농민단체의 현직 군수 지지선언이 이어지기도 했다.

함양군은 농민단체협의회의 주관으로 모든 후보들이 참가하여 사상 첫 토론회의 성과가 알려졌으며, 거창군은 벌써 세 번째 농업회의소 주관으로 농정토론이 진행됐고 당연한 순서로 후보에게 받는 서약서를 챙기기도 했다.

춘천시에서는 농민단체협의회 주최로 진행을 했으나 한 후보의 불참과 토론 중 한 방청객의 ‘주도면밀한’ 발언으로 중도 무산이 되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단양군은 6개 농민단체가 찬성해 농민회 주도로 후보초청 토론회를 준비 했으나 농업인단체협의회장의 반대와 한 후보가 불참하는 사태로 역시 무산됐으며, 이후 농민회가 농민수당농산물최저가격보장제 등 농정공약 요구를 수렴한 특정 후보를 지지선언하게 되는 일도 벌어졌다.

광역단위에서는 강원도에서 한농연 주최로, 제주도에선 농단협 주최로 도지사 후보 초청 토론회를 진행했다. 역시 잘한다 싶은 옥천군은 군수, 군의원 전 지역구를 포함하여 도교육감 후보까지 초청하여 토론회를 진행했다.

워낙 소통이 절실한 처지지만 농민은 바쁘고 바쁘다. 꼭 이런 시절에 선거가 진행되는 것이, 농촌에 하나라도 도움 될 일손들이 선거 운동원으로 대거 빠져버리는 통에 농민은 선거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을 터, 와중에 지역마다 열린 농업정책 토론회마다 농민들은 흙 묻은 장화를 벗고 끼니를 거르고서라도 토론회장으로 모여 들었다.

농산물 최저가격을 보장해주겠다는 정책은 제법 보편화된 공약이 됐으며, 농민들에게 수당을 줘서라도 소득을 지키겠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자연재해를 입은 농민을 구제하고자 제도를 정비하겠다 하고, 급기야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지자체가 덤벼들어 해결해보겠다 내비치는 후보의 의지는 가상키도 했다.

농민의 아픔을 아는 그들과의 소통의 결과일까? 여전히 그들은 아픈 체(?)를 하는 것일까? 아프기도 하거니와 갈증이 난 농민은 그 답을 알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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