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농정의 원대한 꿈, ‘Ambition Bio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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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15 16:50
  • 수정 2018.06.15 16:51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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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친환경 농업 확대 및 장려 정책 ‘Ambition Bio 2022’를 전격 발표한 지 꼬박 두 달 만이었던 지난 4월 초, 프랑스 정부는 향후 5년간 이 사업에 쏟을 예산 규모를 발표했습니다.

11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1조4,000억원이 2022년까지 친환경 농업을 위해 쓰이게 됩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 5년간 같은 부문에 7억 유로를 지출했으니 상승률이 무려 62%에 이릅니다.

프랑스 농림부에 따르면 마크롱 정부는 새로 설정한 예산의 약 57%를 프랑스가 참여하고 있는 EU의 유럽농촌개발기금(FEADER)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18%는 국고에서 그리고 나머지는 그밖의 공공자금으로 충당합니다. 또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담당하는 유기농업진흥회(Agence Bio)의 ‘미래 유기농업’ 기금 규모를 늘리고 이 분야 세금 공제가 확대됩니다.

사업 내용은 이달 중으로 발표될 예정인데, 앞서 발표한 목표를 보면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지난 연재에서 현재 6.5% 수준인 친환경 경작지의 면적을 15% 늘리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달성 목표라고 소개했었는데요, 단순히 생산 면적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와도 연결, 학교나 복지시설 등 공공급식 분야에서 친환경 농산물의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 역시 핵심입니다.

또 현재 폭등하고 있는 프랑스 국내의 친환경 농산물 수요를 충족시키고 수입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최근 친환경 농산물 소비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프랑스에선 지난해 그 상승폭이 17%나 됐고, 소비량의 30%를 수입산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런 점들에 비춰볼 때 이 계획은 국가 규모 ‘푸드플랜’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푸드플랜은 ‘좋은 먹거리’의 공급을 위해 생산과 소비의 판을 새로 짜는 것을 말합니다(우리나라에서는 서울특별시 등 극소수의 지자체들이 각자 이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 집단이 얼마나 늘어날지, 그리고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의 여부입니다.

아시다시피 친환경 농사는 농가들이 수확에 이르기까지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고, 더 수고로우며, 생산량은 더 적습니다. 마크롱 정부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관행 농사를 짓는 농가 상당수를 친환경 농업으로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친환경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해야겠죠.

현재 프랑스에서는 친환경으로 전환한 농가에 3년 간 보조금이 지원됩니다. 친환경 농업에 완전히 적응하고 인증을 받기에는 부족한 시간입니다. 보조금 지급이 끝난 이후에도 값을 쳐 줄만한 농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당장 생산성은 떨어지므로 농가 입장에서는 전환 보조금이 있다고 해도 여전히 큰 모험인 것입니다.

프랑스 내 언론들은 새 계획이 농가들의 전환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그 유지에 신경써야 하고, 한편으론 급격한 전환에 따른 국내 농산물 총생산량 감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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