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격 하락해도 물가는 꿈쩍않고

10만원대 폭등했다 순식간에 2만원으로
물가상승 주범이라더니 물가는 요지부동
출하 앞둔 감자농가만 가격걱정 한가득

  • 입력 2018.06.17 16:1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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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반짝 폭등세를 보였던 감자가격이 순식간에 평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추가 가격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으로, 출하를 앞둔 농가들은 긴장 상태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감자가격의 급격한 하락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봄 감자는 이례적인 폭등을 맞았다. 지난해 가을감자 생산이 감소하고 저장감자 물량이 부족했던데다 한파로 인해 시설봄감자 출하마저 지연된 탓이다. 그나마 시설봄감자도 재배면적은 크게 늘었으나 단수감소로 생산량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1월부터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 감자 도매가격은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20kg당 무려 10만원대(수미 기준)를 유지했다. 최고가는 14만6,000원에 달했다. ‘세 개에 만원’짜리 감자가 마트에 등장하자, 여론은 석유·서비스부문을 제쳐두고 앞다퉈 감자를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았다.

폭등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5월 한 달 동안 7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떨어진 감자 도매가격은 지난 1일부터 쭉 2만원대 초중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마지막 10만원대’였던 4월 26일부터 ‘첫 2만원대’였던 6월 1일까지 단 36일동안 74%의 가격하락이 이뤄졌다. 수입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딱히 늘어난 바 없고, 단지 시설봄감자 출하가 본격화된 데다 남부지역 노지봄감자 작황이 좋아 자연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하지만 ‘물가상승 주범’이라는 감자값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는 변동이 없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애당초 감자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2월부터 104를 넘어섰고, 감자가격이 급격히 미끄럼을 탄 5월에 오히려 104.38로 최고점을 찍었다. 개별 농산물 시세가 소비자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미미한지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남은 것은 농민들의 근심이다. 감자 폭등에 대한 경쟁적 보도 탓에 소비가 위축된데다 출하량의 꾸준한 증가마저 예견되는 상황이다. 한파로 파종이 지연됐던 남부지역 노지봄감자 출하가 중부지역 봄감자와 겹치면서 당장 6월 출하량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노지봄감자는 물론 고랭지감자까지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은 계속해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는 6~7월 감자가격이 지난해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근성 당진시감자연구회장은 “도매가격이 2만원대만 나오면 손해는 보지 않지만 그보다 떨어지면 생산비를 건지기 힘들다. 올해 봄비가 많이 오고 일교차가 컸던 탓에 병해가 심해 생산량이나 품질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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