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봉탕 회식’과 ‘농협’의 상관관계

  • 입력 2018.06.17 13:4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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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많은 사건 중에 유독 눈에 띠는 사건이 하나 있다. 지난달 30일 전남 화순에서 일어난 ‘용봉탕 회식’ 사건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지역인사 수십명이 모여 보양식과 술·고기를 먹으며 수백만원 상당의 파티를 즐겼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에선 금품·향응 제공 의혹을 제기하면서 “호남판 제2의 초원복집 사건”이라며 날 선 비판을 가했다. 결국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전남도지사 경선 탈락자를 위로하기 위한 모임”이라며 “농협 조합장에 출마했다 낙선한 지역 번영회장이 직접 키운 닭 3~4마리를 요리했고, 비용을 지출한 것은 번영회장이 사온 자라 2마리 뿐”이라고 해명했다.

용봉탕 회식은 선거철이면 지역에서 혈연·학연·지연으로 끈끈하게 묶인 그들만의 철옹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물론 검찰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모임의 구체적 의도와 목적은 확정할 수 없지만, 정황만으로도 지방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선거철이면 우리네 들판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사건에 농협이 빠질리 만무하다. 농협 조합장이 지역에서 내뿜는 입김이 만만치 않아서다. 아니나 다를까 용봉탕에 들어갈 닭을 공수한 인물이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낙선한 번영회장이다. 그는 왜 직접 키운 닭을 공수하고 자비를 들여 자라까지 사와 판을 깔았을까?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현실화된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얼추 그림이 그려진다.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내년 3월로 다가온 가운데 이를 내다본 준비된 포석은 아니었을까? ‘혹시’가 ‘역시’가 아니면 좋겠지만 정말 그렇다면 선견지명이 대단한 번영회장이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이제 농민들의 눈은 내년 전국동시조합장선거로 향하고 있다.

어느 신문에선 선거 결과를 보도하며 ‘푸른 민심으로 촛불혁명의 완성을 이뤄냈다’는 제목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농민들에겐 다소 거리감이 있다. 농협 문제만 해결하면 농업에 문제가 없다고 할 정도지만 촛불정부라는 문재인정부에서도 농협 개혁의 목소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내년 조합장 선거는 더욱 중요하다. 금권선거를 뚫고 농협 개혁을 외칠 농민 후보들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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