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광우병과 사슴, 낙타 그리고 사람의 건강

  • 입력 2018.06.17 13:23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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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종 서울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국내는 미국소고기 수입 조건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미국 측에 사전 약속한 바에 따라 10년이 지난 지금도 어느 주변국도 따르지 않는 수입 개방조건으로 타결했고, 수출국인 미국은 환호했다. 다행히 당시 촛불을 들고 항의한 시민들 덕분으로 비록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국제기준에 따라 수입이 되고 있어 안전성에 그리 큰 문제는 없다.

사슴류에서 소의 광우병과 같이 변형단백질의 일종인 프리온에 의해 발병하는 광록병은 그리 논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광록병은 캐나다로부터 수입한 엘크로부터 국내 유입되어 이미 2008년도 당시 발생하고 있었다.

광록병이 사람을 감염시켜 발병시킬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녹용을 한방 약재로 널리 사용하고 있던 국내에서는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사람에게 광우병이 전파될 것을 우려하여 각국 정부가 소 부산물의 식품, 화장품, 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것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도 방역 기본 원칙에 따라 일단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여 북미로부터의 사슴류 수입을 금지시켰고, 이에 대한 대체 수입원으로 러시아 시베리아 사슴의 녹용을 수입하고 있다.

변형프리온 질병이 유럽에서는 광우병(BSE)이나 이로 인한 인간광우병(vCJD)으로 발생한 반면 사슴류의 광록병(CWD)은 북미와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지역적 특성이 있었다.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 프리온 학회에서는 광록병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다. 그동안 유럽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록병이 노르웨이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 좀 더 관심을 지니고 지켜봐야 할 내용은 지난해 말에 핀란드와 러시아 국경 지대에서 광록병이 보고되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역학 조사가 나오기에는 이르지만, 이는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던 녹용의 안전문제와 결부된다.

학회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광록병의 사람 감염 가능성은 직접적으로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돼지에 사료로 투여했을 때 사람유전자형으로 소량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우병이 양에서 소를 거쳐 사람에게 왔듯이 사슴에서 다른 동물 경유해 사람에게 올 가능성은 이제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야생에서 멧돼지 등이 광록병으로 죽은 사슴류를 먹을 가능성은 매우 높고, 특히 미국에선 지금도 반추류 동물성 사료를 돼지에 공급하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중동의 메르스가 국내 유입되어 사회적 혼란을 일으켰지만, 소처럼 기립불능 증상을 보이는 낙타로부터 변형프리온에 의한 발병이 알제리에서 보고됨에 따라 이를 CPD(Camel Prion Disease)로 명명했다. 자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럽 광록병과는 달리 원인체의 외부 유입이 의심되고 있다. 유럽의 강화 사료정책 이전에 전세계로 수출되어 한국도 수입했던 골육분이 원인 중의 하나로 거론되었다.

결국 녹용이나 관련 건강 보조식품을 통한 사람 감염의 가능성은 낮고 아직 국내에서 큰 문제는 되고 있지 않지만, 유비무환의 사전 예방 차원에서 사슴류의 사육 및 관리와 사람 섭취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부 지침 마련이 요구된다. 사슴의 높은 결핵 감염률과 더불어 이는 단지 해당 농장이나 동물만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의 등장 가능성이기에 국민 안전과도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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