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캐 낸 마늘의 향은 알싸했다

경북 의성 마늘 수확 시작 … 15일께 절정

  • 입력 2018.06.17 11:47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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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은 논둑에 놓여 있었다. 알록달록한 꽃무늬 버선은 진흙으로 범벅됐다. 마늘밭에 털썩 주저앉은 권화순씨가 마늘을 캐 흙을 털고 있다.
고무신은 논둑에 놓여 있었다. 알록달록한 꽃무늬 버선은 진흙으로 범벅됐다. 마늘밭에 털썩 주저앉은 권화순씨가 마늘을 캐 흙을 털고 있다.
김상권씨가 마늘수확기를 사용해 마늘을 캐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있다.
김상권씨가 마늘수확기를 사용해 마늘을 캐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있다.
김상권씨가 마늘수확기를 사용해 마늘을 캐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있다.
2인 1조로 짝 지은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마늘밭 비닐을 제거하고 있다.
김상권씨가 마늘수확기를 사용해 마늘을 캐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있다.
홍순이씨 밭에서 한 여성농민이 씨마늘을 한 다발씩 묶어세우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고무신은 논둑에 놓여 있었다. 알록달록한 꽃무늬 버선은 진흙으로 범벅됐다. 두 손에 낀 흰 장갑은 이미 색이 바랜 지 오래다. 그 흔한 일방석도 없이 마늘밭에 털썩 주저앉은 권화순(65, 경북 의성군 봉양면 문흥리)씨는 마늘을 캐 올려 흙을 터느라 여념이 없었다.

“올 봄에 비가 자주 와 씨알이 작습니더.” 권씨는 예년만큼 굵지 않은 마늘 크기에 속앓이를 한 것처럼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허나, 양 손은 여전히 마늘을 캐고 있었다.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이었건만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그녀의 모습 뒤로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수고스런 노동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었다.

지방선거 투표일인 지난 13일, 권씨는 동네 주민 3~4명과 함께 마늘을 수확해 한 다발씩 묶었다. 임시공휴일을 맞아 고향을 찾은 아들이 건조작업을 도왔다.

국내 대표적인 마늘 주산지 중 한 곳인 경북 의성에서 마늘 수확이 시작됐다. 권씨의 옆 밭에선 동남아 이주노동자들이 마늘밭의 비닐을 걷어내고 있었다. ‘한 팀’을 꾸려 비닐 제거 작업만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었다. 비용은 한 마지기(200평)당 10만원. 권씨는 “(비닐 작업은) 일이 되서 맡기는 게 편합니더”라고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우내 밭을 뒤덮고 있던 비닐을 끄집어내는 데 2인 1조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했다. 비닐을 걷어낼 때마다 매캐한 흙먼지가 사방에서 일어났다. 한 아름 정도씩 비닐을 돌돌 말아 농로로 옮길 때는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이미 흙먼지로 뒤범벅 된 뒤였다.

같은 마을의 김상권(50)씨도 이날 마늘 수확을 시작했다. 전날 미리 비닐을 걷어낸 그는 마늘수확기를 천천히 밀며 마늘을 캐기 좋은 상태로 만들었다. 작업 틈틈이 발 밑의 마늘을 들어 올려 상태를 확인했다. 지그재그로 오가며 마늘수확기 작업을 끝낸 밭에선 그의 아내 황정미씨와 중국인 이주노동자 10여명이 마늘을 캤다.

김씨도 “올핸 비가 잦고 날이 추워서 알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13일 현재 의성 마늘의 밭떼기 거래 가격은 한 마지기당 380만원~480만원 정도. 김씨는 “아직까진 가격이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김씨와 이웃사촌인 홍순이(52)씨도 마을회관 앞 밭에서 종자로 쓰일 마늘을 수확하느라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말 그대로 씨마늘이라 수확하는 손길이 더욱 조심스러웠다. 홍씨는 “씨마늘이 좋아야 다음 농사가 수월타”고 강조했다. 다음 농사의 밑천인 만큼, 한 마지기보다 약간 큰 밭에서 수확한 씨마늘은 눈대중으로만 셈해도 약 800평이 넘는 밭에 심을 양이었다.

아직 마늘 수확 초기라 문흥마을 앞에 펼쳐진 넓은 들녘엔 일이 한창일 때만큼 농민들로 북적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수확에 앞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처럼 고즈넉한 모습이었다. 이 밭, 저 밭을 서성이던 기자의 마음을 읽었을까. 씨마늘을 한 다발씩 묶어세우던 홍씨는 “15일이 넘으면 온 동네가 정신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갓 캐 낸 마늘의 향이 알싸했다.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수확한 마늘을 묶기 좋도록 가지런히 놓고 있다.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수확한 마늘을 묶기 좋도록 가지런히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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