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환경개선 유도하는 ‘깨끗한 축산농장’

농장 선정보다 선정 뒤 관리·유지에 초점 맞춰
“냄새민원 없어 … 환경관리 통해 생산성도 향상”

  • 입력 2018.06.10 12:46
  • 수정 2018.06.10 13:1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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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깨끗한 축산농장이 지역에서 축산환경 개선사업의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축산농가의 자발적인 실천을 유도하고 지속적인 관리에 초점을 맞춰 최근 규제 일변도의 정책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경북 경산시 압량면 서광농장(대표 서영수)은 농장 진입로에 꽃밭을 조성하고 농장 곳곳에 나무를 심어 공원처럼 환경을 조성했다. 지난해 12월 경산시의 추천으로 깨끗한 축산농장에 선정된 이 농장은 8년 전부터 미생물 배양을 통한 액비순환시스템을 도입해 환경문제를 상당수 해결했다. 액비순환시스템으로 생산된 액비는 경산지역 주작목인 대추밭에 주로 공급된다.

서영수 서광농장 대표가 농장 주변에 꽃밭을 조성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서영수 서광농장 대표가 농장 주변에 꽃밭을 조성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서영수 대표는 “돈사에 냄새가 안 난다면 거짓이지만 암모니아와 황화수소 발생이 거의 없어 냄새가 70~80% 수준은 줄인 것 같다”라며 “농장에서 200m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지만 냄새민원은 없다. 미생물 배양은 농장 소독에도 쓰여 축사에 거미나 파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모돈 300두 규모에서 순환시스템을 도입하니 폐사도 10분의 1로 줄어 생산성까지 개선됐다”라며 “정화방류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깨끗한 축산농장에 선정되면 축산환경관리원 전문위원이 직접 농장을 방문해 컨설팅을 지원한다. 선정 여부보다 지속적으로 농장의 환경을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관리원은 우수농장을 취재해 깨끗한 축산농장 사례집도 보급할 계획이다.

지난 5일 서광농장을 방문한 김강희 전문위원은 2시간 가까이 농장을 둘러보며 서 대표와 농장 환경 개선을 의논했다. 이날은 유입수 관리를 통한 냄새저감이 대화의 주제였다. 김 전문위원은 “냄새는 먼지를 통해 퍼지는데 축사 외벽의 파이프를 설치해 잡을 수 있다. 이 농장의 축사 주변에 먼지가 없다는 건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걸 뜻한다”라며 “이 농장은 후계자가 농장을 계속 운영할 예정이어서 환경문제에 신경 쓰는 편이다”라고 사정을 전했다.

깨끗한 축산농장이 유지되려면 지자체의 협조도 필수다. 경산시는 올해부터 광역축산악취개선사업에 참여해 압량면에 밀집된 축사의 악취관리에 나섰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전액 시비로 시설비를 지원해 해당 지역의 모든 농가가 참여하도록 기회를 열었다”라며 “도농복합지역으로 주민들의 민원이 늘고 있지만 농가별 맞춤형 사업을 진행해 민원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세종시 연서면에 자리한 기림농장(대표 이일준)은 2016년에 신축한 한우축사로 올해 깨끗한 축산농장에 선정됐다. 이 농장은 논 한가운데 자리해 민원발생의 여지를 없앴으며 직원 2명 이상이 상주하며 농장을 관리하고 있다.

이일준 기림농장 대표가 농장 지붕 개폐가 바닥관리에 좋은 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일준 기림농장 대표가 농장 지붕 개폐가 바닥관리에 좋은 점을 소개하고 있다.

기림농장 역시 자체적인 순환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농장에서 발생한 축분은 퇴비사에서 잘 숙성해 라이그라스, 수단그라스 등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밭에 공급된다. 수확한 사료작물은 TMR사료공장에서 배합돼 다시 농장에 공급된다.

지붕 개폐를 통한 바닥관리도 이 농장의 장점 중 하나다. 이일준 대표는 “지붕 개폐를 통해 바닥깔개 비용도 줄이고 햇볕을 통한 소독과 수분증발로 바닥이 한결 보드라워진다. 이렇게 하니 증체율도 좋아졌다”고 효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효모 생균제를 사료에 첨가하니 축분량도 30% 정도 감소했다. 영양소를 더 흡수하면서 냄새도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처럼 새로 축사를 신축하려는 농가에게 가장 큰 고민은 거리제한 문제다. 세종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도시지역 및 도시지역 경계로부터 1,000m 이내의 지역은 가축 사육이 제한된다. 또, 소는 5호 이상 거주하는 마을로부터 250m 이내의 지역에서 사육이 제한된다.

이 대표는 “주거지와 떨어진 논 한가운데에 축사가 자리해 통신망이 들어오기 어렵다”라며 “ICT를 도입하려 해도 광랜을 끌어들이는 데에만 2,000만원이 들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잘 관리하면 옆집에 소가 있어도 냄새가 나지 않지만 관리하지 않은 축사는 1~2㎞ 떨어져도 냄새가 퍼진다. 거리만으로 사육을 제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라며 “깨끗한 축산농장에 선정됐거나 동물복지,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장은 사육제한을 완화한다면 축산환경 개선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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