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그래도 우린 이곳에 산다. 오늘도…

  • 입력 2018.06.10 08:53
  • 기자명 강정남(전남 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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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남(전남 나주)
강정남(전남 나주)

지난달 1일 나주에서 영암으로 밭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차량 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8명 사망, 7명이 중태에 빠지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일하다 다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는 노동자들과는 다르게 농민은 농작업재해와 관련된 인력이나 시스템, 보험의 범위나 가입 등이 전반적으로 미흡한 단계이다. 희한하게도 그날은 세계 노동절이었다. 더구나 사망하신 분중엔 80세가 넘으신 분도 계시다. 아직도 농촌에서는 80대도 튼튼한 인력이다. 밭일에 이골 나신 분들의 능력은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뛰어날 때가 더 많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망하신 분도 기사분 빼고는 모두 여성농민이라는 사실이다. 밭일의 대부분을 여성농민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호미자락으로 대표되는 밭농사의 심벌, 변한 것이 없다. 쪼그리고 앉아서 밭을 매고 심고 거두는 작업! 그래서 무릎관절이 나가는 것은 기본, 그래도 먹고 살려면 일을 나가야 한다. 처음 시집와서 놀란 건 하나같이 구부러진 어머니들의 손마디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겁도 났었다. 나 또한 저리 되는 게 아닌가! 햇볕에 얼굴이 타서 까매지는 건 뭐 그렇다 치더라도 손마디가 휘어지고 허리가 꼬부라지고 다리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들을 보고는 정말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한평생 농사짓고도 건강하지 못한 몸을 이끌고 고령의 나이에 새벽부터 농작업을 다니는 여성농민.

왜 농업·농촌 문제는 언제나 우선순위에서 밀려야 하고 기획재정부의 경제논리에 밀려야 하는가! 더구나 여성농민은 더하다. 요즘 주위에 우울한 여성농민들이 많다. 한평생 농사짓고 살아왔지만 이제 남은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이 드신 여성농민은 자신도 아프지만 남편도 아픈 분이 많다. 약값에 병원비에, 생활비에…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여성농민이다. 그래서 아픈 몸을 이끌고 농작업을 다니신다.

연 소득 1,000만원 미만인 농가가 70% 이상이다. 농촌의 나이 드신 농민들의 가장 큰 문제는 빈곤과 건강이다. 제발, 아무리 자본가 정권이래도 흉내는 내기 바란다. 최저임금도 변태처럼 깎아 주고 누구의 칭찬을 받을까. 정치권을 향해 여성농민의 처지를 헤아려서 정치 좀 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코미디 같겠다. 투표의 수준은 곧 그 나라 의식 수준이다. 밑 까는 농사일지언정 그래도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에게 정치는 보너스처럼 기분 좋은 것이 되면 안 되는가!

이제 생각을 확 바꿔서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를 바란다. 그 기본소득으로 손주들에게 인심도 쓰고 기본적인 인간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안 될까! 왜 기업이 잘못해서, 혹은 나쁜 의도를 갖고 파산을 해도 어마어마한 국민세금으로 메워주면서 왜 농민에게 기본소득 주는 건 재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방법이야 찾으면 나오는 것이다.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 농민에게 안정적인 생활, 그것만을 위해서라도 농민에게 좀 쓰기 바란다. 농민 기본소득!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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