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화창한 토요일 오후, 부모님 손잡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울림광장에 온 아이들이 “어, 저기 유기농 오미자 아이스크림 맛있겠다!”며 부모님의 손을 잡아끈다. 청년들은 페트병에 담긴 유기농 쌀로 만든 음료수를 들이키고 있었다. 주부들은 각종 친환경채소를 환경친화형 가방에 넣고 다녔다.
지난 2일 DDP 어울림광장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친환경농민들 그리고 농산물을 구경하거나 구입하러 온 시민들로 활기가 넘쳤다. 농민들은 지역에서 갖고 온 친환경농산물 및 가공품을 시민들에게 팔았다. ‘파머스 마켓’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장터는 한국친환경농업협회(회장 김영재)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강용),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주최한 유기농업의 날(유기데이, 6.2데이) 행사의 일환이었다.
이날 행사엔 약 100여명의 농민이 참가했다. 농사 자체의 어려움과 판로 문제, 규제강화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친환경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왜일까? 행사에 참가했던 농민들에게 직접 친환경농사를 짓는 이유, 그리고 거기서 느끼는 보람에 대해 물어봤다.
전통농법 지켜 전통의 맛 지키기 위해
곽석규(서울 양천구) - 목동에서 황토항아리와 황토지장수를 이용한 전통재래식농법으로 콩나물을 재배한다. 친환경농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난 전통재래식농법을 지키기 위해 지금의 농사방식을 고수한다. 전통재래식 콩나물 재배법을 이용하는 농가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더더욱 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낸 콩나물은 일반 콩나물보다 훨씬 맛있고 싱싱하다. 이 맛을 지켜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사는 힘들지만 계속 이 길을 가보려 한다.
제초제로 풀 타버리는 것 보며 충격
박중규(경남 거창) - 귀농한지 10여년째다. 한살림연합 소속 거창 산하늘공동체 소속 농가들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친환경농업에 입문하게 됐다. 그렇게 친환경농업의 생태적 가치에 대해 공감하게 됐다. 그냥 친환경농업 자체가 좋다. 제초제를 뿌려 풀이 타버리는 모습을 보며 충격 받기도 했었다. 자연을 살리고 생태를 보전하는 친환경농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친환경농사로 부인 아토피 치유
송경호(경기 수원) - 수원에서 채소 농사를 짓는다. 언젠가 부인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게 됐다. 그때 부인의 치유를 위해 친환경농사를 시작했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과정에서 부인의 아토피가 치유됐다. 가족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친환경농사가 내 새로운 직업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