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은 옛말 … 수확 포기하는 농가도 속출”

5년째 생산비 건사 힘들어
전문가들 야속한 말장난에
매실농가들은 생계가 막막

  • 입력 2018.06.08 15:4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6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의 한 매실농원에서 올해 첫 매실 수확에 나선 차종환씨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차씨는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농가로선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계산리의 한 매실농원에서 올해 첫 매실 수확에 나선 차종환씨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차씨는 “전문가들이 방송에 나와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농가로선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한승호 기자

험준한 산비탈길을 헤치고 도착한 과수원에선 이른 아침부터 수확이 한창이었다. 6월 6일 망종. 전남 구례의 차종환(56)씨가 매실 첫 수확에 나선 날이다. 휴일을 맞아 일손을 거들러 온 대학생 자녀들과 함께, 햇빛이 따가워지기 전에 작업을 서두른다.

하지만 일손이 썩 경쾌하진 못하다. 바로 전날 가락시장 매실 도매가격은 10kg에 1만6,451원. 아직 출하 초기임에도 무던히 힘들었던 지난해보다 못한 가격이다. 경락가가 2만원선이 나오면 하품 가격은 5,000원 미만이 되고 농가로선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빠듯해진다.

매실이 그동안 여타 작목보다 형편이 좋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근 5년 동안 도매가격이 2만원선에서 거의 고정되다시피 하고 있다. 공판장에선 매실을 내지 말아 달라 요청했고, 실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들도 속출했다.

“방송 나와 말장난 하는 전문가들 보면 확 입을 꿰매 버리고 싶어요.” 경기도 경기지만 부정적인 방송과 언론이 소비 침체의 가장 큰 원흉이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이 방송에서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농민들에겐 곧바로 생계를 위협하는 흉기가 된다. 작업을 하며 수더분하게 말을 잇던 차씨도 한순간 버럭 화를 낸다.

매실은 크기가 작은 과일이다. 흠집이 날까 털어서 줍지도 못하고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많이 든다. 볕이 뜨거우면 열과가 생기기 일쑤고, 그나마 수확이 빠른 탓에 병충해는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수입 퇴비를 통해 들어온 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격이 이렇게 무너진 지경에 이르면 고생은 두 배 세 배가 된다.

그럼에도 딱히 대체할 작목은 없다. 모든 농산물이 포화 상태인데다 해마다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매실농가들도 이리저리 따로이 살 길을 모색해 보려 하지만 신통한 방법이 없다.

“10kg에 5,000원(하품)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정부가) 최저가격을 잡아 줬으면 좋겠어요. 아니면 차라리 요즘 분위기 살려서 남북 자원교류로 쌀을 올려보내든지. 쌀값만 받쳐줘도 농산물은 연쇄적으로 숨통이 트이거든.” 고된 작업의 끝에는 이런 저런 바람만이 머리를 맴돌 뿐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