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계열사 구조조정 임박

‘김병원식’ 협동조합 중심 계열사 운영 추진 … 김원석 대표 “대표직 걸고 유통계열사 통합”

  • 입력 2018.06.08 14:35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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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4일 농협 미래 혁신대회가 개최된 가운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계열사 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4일 농협 미래 혁신대회가 개최된 가운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계열사 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농협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남은 임기 동안 계열사 구조조정을 비롯해 협동조합 정체성을 중심에 둔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박차를 가할 태세다.

농협은 지난 4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대강당에서 500여명의 임직원이 모인 가운데 ‘농협 미래 혁신대회’를 개최했다(사진). 대회는 △계열사 경영혁신 △4차 산업혁명과 농협의 미래 △글로벌사업 현주소와 나아갈 길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혁신 등 4개 주제의 세션으로 마련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계열사 경영혁신’ 세션이다. 최근 완료된 계열사 경영진단 결과 발표와 함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원석·김태환 농협 경제지주 대표이사, 김광수 농협 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임원들이 이에 대한 토론과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서다. 더불어 최근 농협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7.6%가 ‘농협이 향후 10년 이내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답했듯이 내외부적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도 한 요인이다.

김 회장은 이날 “김병원식 협동조합론에 의하면 계열사는 주식회사지만 협동조합 정신으로 만든 것이기에 협동조합의 원칙이 적용되는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며 “직원들이 협동조합과 주식회사는 엄격히 다르다라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협동조합의 정신과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두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특히 “계열사는 농협의 혈관이다. 혈관이 막히면 농협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같은 피가 흐르는 상황에서 소중한 지향에 대한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며 “농협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2년 동안 몸부림쳤던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번 대회를) 우리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 앞으로의 2년에 대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석 농협 경제지주 농업경제 대표이사는 계열사 경영진단 결과와 관련 “대표직을 걸고 내년 1월 2일까지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등의 운영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이사는 “조직통합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운영통합부터 이뤄내겠다”며 “안 되면 인사권을 써서라도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이사는 아울러 “농업이익, 농업생산액, 부가가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계열사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며 상장사인 남해화학과 농우바이오에 대한 운영 방향도 제시했다. 남해화학의 경우 수출만이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에 비료회사를 만들고, 남해화학만이 생산할 수 있는 황산과 요소 등 강점을 활성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농우바이오도 2020년까지 2,000~3,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종자회사로 성장시키는 한편, 7개 해외계열사의 사장을 현지인으로 두고 현지화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표명했다.

축산경제 계열사 경영진단에선 △농협사료, 시장에서 구매에 대한 경직성 △목우촌 수직계열화 등의 지적이 주를 이뤘다. 김태환 농협 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 “평소에 인지하고 있던 문제였지만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라 이를 풀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농협사료에 있어 중소가축의 경우 여신 규정 개정이나 판로 확보가 선행돼야 하고, 목우촌의 수직계열화도 장기간이 소요되고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이사는 “저나 직원들도 실패에 대한 용인이 안되는 분위기에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과감히 도전하는 분위기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농협 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지주 계열사는 공통적으로 자본과 인사라는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금융의 경우 복잡하고 어렵지만 결국 자본력이 얼마냐에 따라 좋은 회사라 볼 수 있고, 인사는 전반적 인사시스템 자체가 제도화된 지식(institutional knowledge)을 충분히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된다. 금융지주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과 함께 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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