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51] 최초의 토론회

  • 입력 2018.06.08 11:35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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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이다. 농촌지역도 마찬가지다. 도지사도 뽑고 군수도 뽑고 교육감, 도의원과 군의원도 뽑는다.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거리엔 어지럽게 각종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도지사와 군수는 누가 누군지 좀 알겠는데 다른 부분은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

농민들의 관심사는 도지사와 군수의 농정철학과 구체적인 정책방안이다. 그래서 도지사의 도정은 강원도 농민단체가 추진해 요구사항을 마련했다. 양양군은 어떻게 되는지 내심 궁금했지만 내가 나설 일은 아닌 것 같아 농사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양양 농민단체 중에서 비교적 활동이 활발한 양양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에서 연락이 왔다. 양양의 농업·농촌 발전방안을 만들어 후보들에게 전달하려는데 자문을 좀 해달라는 것이었다. 자문이야 어렵지 않은데 기왕이면 군수후보자들을 초청해 농정토론회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군수후보자들의 농정철학과 공약을 검증하고, 농민이 원하는 농정대안을 제시하면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양양에서는 군수후보자 초청토론회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한번 추진해 보시라, 만약 토론회가 열리면 진행은 해 드릴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모임을 마쳤다.

며칠 후 연락이 왔다. 토론회를 추진하기로 하고 각 후보캠프와 접촉해 토론회에 후보들이 직접 나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일단 성사는 시켰으나 경험이 없으니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부터 난관에 부딪힌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토대로 토론회 진행 과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양양 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선거관리위원회는 물론 후보 캠프와 접촉하면서 농민단체들이 요구하는 농정방안 자료도 만들고 토론의제도 선정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 아무튼 양양군 역사상 최초의 군수후보자 초청토론회가 양양문화복지회관 대강당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물론 나는 진행을 도와준 것 밖에 한 것이 없다.

이런 초청토론회는 물론이고 후보들의 농정철학을 검증하고 농정공약도 들으면서 농민들이 원하는 정책대안을 전달하고 물어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농민들이 초청해도 군수후보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참석치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강원도만 해도 군수후보자 초청토론회가 열리는 곳은 양양을 비롯해 몇 개 시군에 불과했다. 후보자 초청토론회조차 성사되기가 어렵다면 민관이 협력하는 협치가 가능할 리가 없다. 아직도 지역에서는 관이 모든 정책을 독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양양에서 처음 열린 군수후보자 초청 농정토론회가 관과 농민이 함께 토론하고 협력하면 더 좋은 정책이 도출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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