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동시선거, 미리 대비하자②

  • 입력 2018.06.08 11:23
  • 수정 2018.06.08 11:36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 조합장 선거는 그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정부의 관계부처가 크게 챙기는 편이 아니다. 협동조합 사업에 권력이 개입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방기하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폐쇄적이며 고령화된 농촌지역의 선거는 보통의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좋은 결과를 내기가 힘들다.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예산 홀대는 농업분야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일일이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농협 조합장 선거는 현장의 농민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

첫째,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을 준용하지만 매우 제한된 선거다. 관련 선거법을 지키며 행동해야 하지만 모든 선거법을 다 지킬 수는 없다. 우리나라 농협 조합장 선거에서 모든 법을 다 지키는 사람은 ‘너무 염치가 있어서 반드시 거의가 낙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니 법을 적정하게 어기(?)는 기술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어느 선거이건 반드시 지켜야하는 법은 ‘거짓말 안하기’와 ‘돈으로 표 안사기’ 두 가지라고 본다. 특히 조합장 선거에서 그렇다. 이 두 가지 법을 어기면 대부분의 후보가 당선돼도 당선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조합장 선거에서 ‘호별방문 하지마라’는 골목에서의 만남으로 하면 되고, 경조사 등 행사에서의 만남은 법으로 제재하지 못한다. 그러니 법이 가진 착한 맹점을 찾아서 선거를 진행하면 된다. 이런 것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물어보면 반드시 안 된다고 하니 물어볼 필요도 없다. 다른 후보의 이런 행위가 있더라도 선관위에 알릴 필요가 없다. 이러한 것들이 적발돼 당선무효가 된 경우는 필자가 알기로는 없다. 조합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거짓말과 금전 살포’는 해선 안 되고 나머지는 적정하게 융통을 부려야 한다. 골목골목으로 열심히 걷기만 해도 선거운동은 하는 것이다. 선거법은 지켜야 하지만 농협 조합장 선거는 제한이 너무 많은 폐쇄적인 내용으로 진행이 되니 지나치게 규정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둘째, 조합장 선거에선 후보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며 알릴 방법도 별로 없다. 문자를 보내거나 선거공보물이 실질적인 선거운동의 전부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자신을 알리거나 농협이 나아지게 할 의견을 제시하는 방법들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본인이 소속된 농협이 나은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제시하지 말라고 정한 법은 없다. 조합원들에게, 지역민들에게 ‘우리 농협이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법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구체적으로 ‘저를 지지해 주십시오’, ‘제가 출마합니다’라는 내용은 빼고 ‘이런 사업은 이렇게, 저런 사업은 저렇게’라고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듣는 사람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느끼더라도, 출마를 알리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행위가 아니면 선거운동으로 보기는 어렵다. 역시 그런 내용으로 처벌 받은 사례도 없다. 또 행위를 기준으로 처벌하는 선거법은 공소시효도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적용이 매우 어렵다. 후보등록 6개월 전의 행위들을 처벌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조합장 선거에서 ‘법’에 움츠릴 필요는 없다. 단, ‘거짓말과 금전 살포’는 하면 안된다. 선거에서 ‘거짓말을 하거나 금전을 사용’하면 반드시 명예롭지 못한 결과를 낳게 돼 있다. ‘거짓말과 금전 살포’는 당선돼도 명예롭지 못하고 선거 과정에서 적발되지 않아도 반드시 족쇄를 채우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국 1,100여개 넘는 농협 중에서 절반 가까이만 제 역할을 해도 농민들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농협 조합장 선거가 중요한 이유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2015년 3월 11일 열린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경기도 김포시 한 농협 지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조합원이 투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국 1,100여개 넘는 농협 중에서 절반 가까이만 제 역할을 해도 농민들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농협 조합장 선거가 중요한 이유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2015년 3월 11일 열린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경기도 김포시 한 농협 지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조합원이 투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셋째, 조합장이 되고자하는 사람은 잘못된 내용에 대해 공격함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선거에 돌입하면 서로간의 공방들이 일어나게 되는데 후보자가 직접 휘말릴 필요는 없다. 그 공방의 중심에는 현직 조합장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후보자마다 지역에서 지지층이 있을 것이고 선거에서의 공방은 지지층에서 진행하면 된다. 공방은 객관적인 자료로 대개 제3자가 해야 한다. 보다 나아지는 농협을 위해선 제3의 조직에서 사람이 아닌 조직의 사업-내용을 집요하게 공략하면 반드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 방식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 후보자와 후보자의 지지층은 선거법도 피해 가면서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할 가능성이 많다.

후보자들은 농협의 사업에 대해 한 번을 비판하면 세 번을 다독거리고 열 가지의 대안을 내야한다. 비판이나 비난은 매우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유권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 그러니 비판은 맹렬히 하되 반드시 지지층의 제3자가 진행하고 비판 내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비판은 가장 싼 비용으로 가능한 것이고 그 효율이 매우 높다. 비판을 시작하면 매우 효율적으로 집요하게 진행해야 한다. 비판과 더불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후보자들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데 매우 효과가 있다. 얼핏 선거에서 비판보다는 비난을 퍼붓는 게 효과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유권자는 건전한 비판을 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것을 여러 곳의 결과에서 알 수 있다.

조합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농협의 여러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스스로를 학습시키고, 나아질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조합원들의 연락처 같은 자료도 불법으로 어디서 빼내려고 하는 것 보다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여러 자료들을 만들어 가면 현직 조합장보다 훨씬 선거를 치르기가 쉬울 수 있다. 확보한 여러 자료들은 분류하고 분석해 방향을 설정하면 된다.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소하게 생각되는 행위도 나중에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으니 여유가 있을 때 예측되는 현안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넷째, 농협 조합장 선거는 구분을 잘 지어야 한다. 농협 선거는 얽힘이 많다. 지역에서 20명만 모여서 의논을 해 봐도 대부분의 유권자가 서로 얽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조력자들과 모여서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권자들을 잘 구분해야 한다. 조합원이 2,000여명에 달하면, 약 20개 이상의 조직으로 구분해야 한다. 농민 조합원을 20개 정도의 조직으로 나누면 대부분의 분들이 포함되고 분류가 된다.

농민 조합원의 특징은 구분이 쉽다는 것이다. 친소관계 등을 분류해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그 내용은 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 구분을 통해 하루에 열 분의 유권자를 차곡차곡 만나 나가면 후보자의 처신을 스스로 확정지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10일치 20일치 만날 분들을 구분해 가면서 움직이면 선거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농협 조합장 선거는 정치판의 선거와 현저히 다르다. 바람을 타기도 힘들고, 잘 처신해 꾸준하게 ‘1점’씩 득표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신뢰가 가능한 지역민 20명만 모이면 조합장 선거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만큼 농협 조합장 선거의 유권자들은 토착성이 짙고 얽힘이 많다.

다섯째, 선거는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후보자가 혼자만 등록하면 무투표 당선이지 찬반투표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출마를 결심한 사람은 정확히 자신을 지지해줄 사람과 자신을 반대하고 있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 자신을 지지해줄 사람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동선도 계산해야 한다. 조합원 유권자들을 만나가면서 분류하고 분류를 통해 세밀하게 만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농협 조합장 선거일 수도 있다.

실제로 조합장 선거에선 득표수를 거의 계산해 낼 수 있다. 물론 금전 살포 같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선거판을 흔들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금전에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득표 근거를 중심으로, 상대의 득표도 예측해 가면서 자신의 표 계산은 좀 짜게 하고, 상대 후보는 넉넉하게 셈하며 처신하면 선거운동 방식은 결정된다. 자료는 절대로 누출되지 않게, 신뢰할 이웃들의 조언을 받으면서 앞 선거도 분석하고 상대의 동선도 예측해 가면서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여섯째, 조합장 선거만이 아니고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반대할 사람들을 만들면 안 된다. 지역에서, 사업에서 조합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반대세력들이 있다면, 기존의 반대세력들은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의 반대세력을 만들면 안 된다. 선거에서 독한 반대자 1명은 뛰어난 조력자 10명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명확한 입장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에 임하는 현실을 잊어서도 안 된다.

조합장 선거에 나설 사람은 농협·선거 이야기는 빼고 인사문자를 늘 적정히 보내야 한다. 그냥 보내서도 안 되고 찾아뵙고 인사드린 후 적정한 내용을 담아서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안부 문자를 보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 대부분이 그런 문자를 보내고 있다. 그 내용에 유의해서 유권자의 안부를 늘 챙겨야한다. 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늘 편한 표정으로 웃어야 하고, 쓸데없는 자리는 피하는 것을 체화시켜야 한다. 집을 나설 때는 거울을 보며 표정을 관리해야 하고 술자리에 어울리거나 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표정에서, 어울릴 자리에서, 옷차림에서, 말하는 태도에서 늘 주의해야 한다.

일곱째, 농협을 절대로 공격하면 안 된다. 농협의 일부 사업에 대한 공세는 가능해도 뭉뚱그려서 농협을 공격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농협 직원들은 공격하지 마라. 직원들을 공격할 일이 생기면 ‘콕’ 집어서 공격해야지 직원 전체를 공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출마자는 살아온 것으로 평가를 받기에 선거를 앞두고 지나친 변신은 삼가야 한다. 농협의 소중함을 이야기 하면서 미래를 이야기 해야지 막말로 ‘까면’ 안 된다. 선거에서의 정책은 두루뭉술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포괄적으로는 두루뭉술하게, 특정 사안들은 매우 세밀하게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모범이 되는 지역의 여러 사업들을 베끼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농협이 제 역할해야 농민이 산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농업부분 인사에서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많은 언론들이 선거에 관심이 있는 듯 보이지만 내년에 치를 농협 조합장 선거는 오로지 농협을 공격하는 일 외에 언론들은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다. 농협은 농민들의 것이다. 스스로 그 농협을 바르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문재인정부라고 해서 챙겨 줄 턱이 없다. 현장의 농민들이 미리미리 그 내용을 챙겨 스스로의 몫을 굳게 지켜야 한다. 농업의 내용을 챙기지 않으면서 정부를 탓해서도 안 된다.

주변 농민단체들을 봐도 이미 곳곳에서 조합장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물밑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도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농민단체들이 조합장 선거가 어쩌고 하고 떠들 시기면 이미 조합장 선거의 80% 이상이 끝난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조합장 선거는 올해 8월, 늦어도 11월이면 출마자들의 면면이 전부 결정될 것이다. 그 이전에 선거의 모든 준비를 끝내지 않는다면 사실상 선거는 없는 것이라고 봐야한다.

조합장 선거를 여느 선거와 같이 인식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우리사회에 ‘툭 던지듯이 주어진 아주 특이한 자리이고 권한’이 조합장 자리이다. 전국의 크거나 작은 1,100여개의 농협 중에서 500여개만 제대로 그 역할을 해도 농민들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농업 문제가 매우 중요함에도 늘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오로지 현장의 농민들이나 농민들을 위한다는 농민단체들이 소홀해서 그런 것이다. 스스로 자기의 몫조차도 챙기지 못하는 농민을 누가 챙겨 주겠는가?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농협 조합장 선거를 준비해 나가자.

‘김순재의 농협 빗장풀기’를 매월 1회 연재합니다. 창원 동읍농협 조합장을 역임했던 김 전 조합장이 들려주는, 늘 곁에 있으나 잘 알지 못했던 농협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볼까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