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축산물 소비 부진, 미투 탓 말아야

  • 입력 2018.06.03 12:18
  • 수정 2018.06.04 09:00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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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축산분야 일각에서 미투운동을 축산물 소비 부진의 이유로 꼽는다고 한다. 뚜렷한 근거가 없는 이같은 주장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매우 우려스럽다.

기자도 때때로 비슷한 얘기를 접했다. 처음엔 화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 두 번째엔 귀까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난처해 못 들은 척 했다. 그러는 동안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일각의 주장은 실제 그렇다는 듯이 굳어지려 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전문가에게 축산물 소비와 미투운동의 연관성을 알아본 연구가 있는지 물었다. 이 전문가는 연구주제로서 논리성이나 과학성을 갖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며 “그런 얘기가 나와 업계와 전문가들에게 알아봤지만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공급이 많고 소비자들의 수입선호가 올라가면서 어려움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용어 그 자체도 문제가 있다. 이들은 “미투운동으로 회식 등 모임이 줄어들며 축산물 소비가 줄었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 경향이 있다면 미투운동이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왜곡된 ‘펜스룰’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펜스룰’은 남성이 가족 이외의 여성과 함께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방식을 뜻한다. 현대 사회에서 현실적이지도 않거니와 허용되기 어려운 방식이다. 만약 펜스룰을 모임에 적용하는 이유가 미투운동에 있다고 반론한다면 이는 여성의 옷차림이 성범죄 발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처럼 그릇된 성차별적 인식에 불과하다.

기자는 이 주장이 성차별적 인식에 근거한 게 아니라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소비자에게 호소하는 선의에서 비롯됐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이 호소를 받아들일 소비자의 절반이 여성이란 점에서 사안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본다. 무릇 소통이란 상대에 대한 공감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법이다. 축산분야도 이 사회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 미투운동에 대한 공감을 가져야 소비자들도 축산농가의 호소에 보다 진지한 자세를 갖지 않을까.

그러려면 축산기관 및 단체 내부에서부터 미투운동을 이해하고 무분별한 펜스룰에 선을 긋는 행동이 필요하다. 쉬쉬하거나 모른척하는 소극적 자세로는 일각의 주장이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게 된다.

한편, 기자 역시 본질에서 벗어난 왜곡된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쓰지 않았나 돌아본다. 최근 여성을 성적대상화해 물의를 빚은 농기계 광고 문제를 보면 언론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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