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민 예비범죄자 취급하는 농관원

개인적 이유로 인증 포기한 농가에 인증취소 처분 통보
농관원 “인증포기 통한 현장조사·행정처분 회피 방지 목적”

  • 입력 2018.06.03 08:3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조재호, 농관원)이 친환경농사를 개인적 이유로 그만둔 사람에게마저 친환경인증 취소 행정처분 통보를 내렸다. 이에 친환경농업계는 “농민에 대한 예비범죄자 취급을 그만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관원은 지난 4월 11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및 피프로닐 설폰 오염도 조사와 관련해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인증포기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친환경인증 포기 농가에 대해 인증취소 처분(사전통지→최종취소)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농관원이 지난달 21일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영재, 친농연) 등 친환경농업 관련 단체에 보낸 공문에선 “친환경 인증기준 위반(우려) 농가 등이 인증포기를 통해 현장조사나 행정처분을 회피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인 사유로 인한 친환경인증 포기 농민들의 인증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릴 계획이라 언급했다.

농관원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친환경농어업법)’ 제24조 제1항 제4호를 인용하며 인증포기 농가에 대해 “‘전업(轉業), 폐업 등의 사유로 인증품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간주해 인증취소 처분”하겠다고 통보했다. 인증취소 농가는 1~2년 간 인증 재신청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개인적 이유로 인증포기를 선택한 전북 군산시의 일부 농가가 지난달 농관원으로부터 인증 취소 행정처분 통보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농가 중 한 농민은 고령이라 친환경농사를 더 영위하기 힘들어 타인에게 경지를 물려줬는데, 인수받은 사람은 친환경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기존의 친환경농민이 소속된 작목반은 당연히 해당 경지에 대한 인증포기를 신청했는데, 그에 대한 농관원의 대답은 인증 취소 통보였던 것이다.

친환경농업계는 농관원의 이러한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친환경농업 개혁과 발전을 위한 대책위원회(상임대표 김영재 친농연 회장,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농관원장을 만나 “이번에 발표한 인증포기자의 인증취소 처리지침은 친환경농업계와 사전에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이러한 조치는 오히려 친환경농업을 위축시키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시킬 위험성이 크기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만약 이 조치를 이대로 강행할 시엔 더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다.

대책위원회는 농관원에 △관련단체와 논의 없이 일방적 조치를 취한 데 대한 사과 △친환경농가를 예비범법자 취급하는 각종 관련 지침 철회 △친환경농업 육성·지도하는 방향으로 농관원 업무방향 전환 등을 요구하며, 이러한 요구가 이행되지 않을 시 기자회견 및 집회 등 더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 천명했다.

박종서 친농연 사무총장은 “농관원은 친환경농어업법 제24조의 내용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했다. 24조의 취지는 제1호의 경우 반드시 인증을 취소하고 나머지는 재량에 따라 인증표시를 제거하거나 정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스스로 운전면허를 포기하는 사람을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자와 동일하게 다루는 게 말이 안 되듯이, 부득이하게 친환경농사를 포기하는 사람을 일부러 농약 쳐서 인증 취소당하는 사람처럼 인증취소 처분을 내리는 건, 모든 친환경농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며 현장에서 어렵게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농민들의 실천의지를 꺾는 조치”라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