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위한 재해 대책은 없다

‘쥐꼬리' 복구비 지원하며 농가에 보험 가입 독려하는 정부
농민들 "생산비도 보장 안 되는 데 보험은 무슨 수로 드나”

  • 입력 2018.06.02 09:53
  • 수정 2018.06.03 20:41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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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작물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관련 대책은 여전히 부실해 농가들의 원성이 높다.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 양학리의 한 양파밭에서 여성농민들이 중생종 양파를 수확해 망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작물 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음에도 관련 대책은 여전히 부실해 농가들의 원성이 높다.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 양학리의 한 양파밭에서 여성농민들이 중생종 양파를 수확해 망에 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기상이변과 그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빈번해지며 대책 부실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개선 방안마저 현장과 동떨어져 농민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예측할 수 없고 예방하지도 못하는 자연재해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농민은 정부의 재해복구비 또는 농작물 재해보험을 통해 그 피해를 보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단가 인상 및 항목 개편을 거친 복구비의 경우 농약대와 대파대, 인건비로 구성되며 희망 농가에 한해 재해대책경영자금 등을 지원한다. 현장 간담회 및 농정개혁위원회 논의 등을 거쳐 대책을 개선했고 정부는 피해 농가의 신속한 영농재개 및 경영안정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현장 반응은 예상을 빗겨간 눈치다.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농민 유장수(54)씨는 “이번 수급 예측 실패도 그렇고 통계조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재해복구비는 아직도 농촌 현실과 거리가 멀다”며 “공산품이나 가공품은 원재료 값에 인건비, 운반비 그리고 물가상승률까지 따질 거 다 따져서 생산단가를 잘만 계산하던데 왜 농민들이 생산한 농작물 가격은 물가상승률이나 최저임금 인상은 고사하고 종자, 농약·비료, 포장재 사는 데 드는 금액이며 운반비용까지 정확히 계산을 못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복구비 항목에 추가된 인건비의 경우 1ha(3,025평) 기준 농약살포와 대파에 소요되는 인력의 하루 일당을 7만5,000원으로 계산·반영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일할 사람을 찾기조차 힘든 농촌에서는 하루 8만5,000원에서 9만원, 혹은 그 이상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재해복구비로는 피해를 보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재해로부터 농가를 구제해 줄 방안은 보험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농민들은 국고와 지자체 보조가 적용되는 보험마저도 대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안군 해제면에서 양파를 재배하는 농민 이운병(50)씨는 “매년 농작물 가격이 어떨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보험 가입하는 금액 자체도 농가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무안군 보조가 35%라 농가는 보험 가입 금액의 15%만 내면 되는 데 그 돈도 없어 가입 못 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금 계산하는 것도 문제가 많아 피해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상 받았다는 사람을 못 봤다”며 “크기가 너무 작아 팔 수 없는 것도 수확량으로 따져서 무게를 재는 데다 가입한 상품에 따라 자부담 빼고 병든 것까지 퍼센트로 따져 제하면 농민 수중에 얼마나 들어올 것 같냐”고 반문했다.

재해 현장에서 농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어쩐지 그 핵심만 빗겨나간 채로 개선안에 반영된 듯하다. 보험 가입 품목 확대와 보험료율 상한선 설정, 무사고농가에 대한 할인 역시 필요한 개선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보험 자체가 가진 산정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보험이 농민을 위한 대책으로 자리 잡긴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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