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심각한 전남 양파, 농식품부 “재해 판단 힘들다”

한파·이상기온에 잦은 강우 … 생육불량 및 병해 발생 추정

  • 입력 2018.06.02 09:45
  • 수정 2018.06.02 09:4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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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양파 수확을 앞두고 생육불량 및 병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 마산리의 한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오는 10일경 수확해야 할 만생종 양파를 미리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양파 수확을 앞두고 생육불량 및 병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 마산리의 한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오는 10일경 수확해야 할 만생종 양파를 미리 수확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중·만생종 양파의 42%를 생산하는 전남지역에 노균병과 무름병 등 피해가 극심하다. 현장 농민들은 피해 면적이 70%에 달할 거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8일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성명을 통해 전남 양파 피해에 대한 정부의 재해 인정과 긴급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이무진 전농 광전연맹 정책위원장은 “정부의 재배면적 예측 실패와 부실한 수급대책에 가격은 폭락했고, 기상 이변에 의한 작황 부진과 병해로 농민은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만난 양파 재배 농민 이장원(43)씨는 “며칠 전만 해도 이른 새벽녘과 밤엔 얇은 패딩을 입어야할 정도였다. 올해 유난히 기온차가 크고 비도 잦아 방제도 열흘에 한 번 했다”며 “인건비에 농약 값까지 평년보다 더 들었는데 생산량은 반에도 못 미치고 그 마저도 쪼리(하품)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한파와 이상고온, 잦은 비로 인해 잎마름병에 걸린 양파밭. 한승호 기자
한파와 이상고온, 잦은 비로 인해 잎마름병에 걸린 양파밭. 한승호 기자

 

인근 유월리의 이운병(50)씨는 “전남 중·만생 양파는 보통 6월 중순부터 수확한다. 지금은 병이 와서 나도 마찬가지고 다들 수확하느라 바쁜데, 병해로 품질도 안 좋아 저장도 못 할 거고 홍수 출하로 이어져 마이너스 농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이어 “중간 다마도 안 되는 양파 20kg에 3,000원을 받았다던데 20kg으로 계산하면 수확하고 다듬어 망에 담는 것까지 드는 작업비가 3,000원이다. 크기도 고르지 못하니 선별도 해야 할 테고 운반비에 종자, 농약 값까지 따지면 농사 안 짓고 안 파는 게 나을 정도”라며 “지금 재해 인정이니 뭐니 말이 나오고는 있지만 정부에서 마련하는 대책도 사실 농민들한텐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게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가 확산되자 전남도는 점검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도내 중·만생 재배면적 9,627ha 중 33%인 3,186ha에 병해 발생이 추정되며 무안이 4,299ha로 가장 많고 신안 1,867ha, 함평 1,338ha 등이다”라며 “현장 여론 수렴 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코자 비축수매 물량 확대와 농업 재해 인정에 관한 의견을 농식품부에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식품부 정병석 재해보험정책과 서기관은 “원예산업부에서 현지 작황점검을 다녀온 뒤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는 보고를 전해받긴 했으나, 전남도에서 재해 인정을 요청했다는 건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재해 여부 판단은 부서 소관도 아니고 병충해는 재해가 아니다”며 “농가가 방제를 소홀히 했는지 그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전남도는 재해 인정 및 복구비 지원을 위해 12일까지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농식품부에 보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중·만생종 초과생산량을 17만 8,000톤으로 예상해 마련한 수급 대책은 농식품부 원예산업과의 정밀 재조사 결과를 토대로 물량과 시기 등이 조절·발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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