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 입력 2018.06.01 09:43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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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오뉴월 품앗이는 사흘 안에 갚아야 한다고들 하지요? 딱 이맘 때 쯤의 농사일손이 그만큼 귀하다는 말일 것입니다. 일 년 중 가장 해가 긴 철인지라 지금쯤 하는 농사일이 다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것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이 바쁜 때는 다른 잔머리도 안 굴립니다. 오로지 때맞춰 농사일을 해내는 것만이 정답이지요.

우리집은 다른 지역의 농사규모와 비교할라치면 귀여울 정도의 소농임에도 우리마을에서는 이른바 대농입니다. 그러니 아직 농사일이 한밤중인데 이제 나이가 들어 농사규모를 줄이고 줄인 분들의 봄농사는 거의 마무리되어갑니다.

어제는 동네에서 나름 규모있게 농사지으시는 분도 트랙터 써레를 경운기에 부착된 농약기계로 시원하게 씻어내는 광경을 보았네요. 부럽게도 써레시침할 일만 남은 셈이지요. 논일만 끝났다는 말이지 온 천지가 농사일이겠지만 일단 이 봄농사의 절정을 넘겼으니 마음이 아주 홀가분하겠지요?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도 따릅니다. 봄 농번기가 갈수록 짧아지는 극소농가와 갈수록 봄농번기가 늘어지는 대농으로 완전 나눠지는 농업현실 때문에요. 우리마을만 보더라도 농사규모를 줄이고 줄이다가 5년 내에 끝내 손을 놓게 될 농가가 딱 50%입니다. 그리고 또 5년이 지나면 다시 손 놓게 될 농가가 반절은 될 것이니 우리가 우려하던 현실이 눈앞에 완전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대농만이 남게 되는 이곳에는 논두렁을 보기 좋게 콘크리트로 바른 두부논만 농사가 이뤄지고 언덕이 높은 다랑논들은 묵어 자빠지겠지요? 칡넝쿨이 좁은 농로를 다 뒤덮고, 어그러진 언덕들도 단장될 일도 없이 논이 담고 있는 애잔한 그 역사도 묻힐 것입니다. 언덕 많은 다랑논과 골짝들의 농로가 묻히는 일 따위와 비교도 안 될 심각한 문제인 농촌 해체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10년이면 두어 번의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이뤄지겠지만 지난 50년 동안 무너져 내린 언덕을 다시 쌓아올릴 수가 있을까요? 그러려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지방농정이 봇물 터져 나와야 하는데, 이것저것 해준다는 것이 여전히 한 치 눈앞에 머물러 있습니다. 암만요,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겠지요. 그러나 오늘 먹을 것만 챙기는 농정에 내일을 담을 수는 없지요.

지방농정당국이 지금의 농업에 대한 책임을 다 질 수는 없겠지만 던져지는 농정 속에 현장의 문제가 담기기는 하겠지요? 어떤 후보가 더 많은 고민을 하며 후대까지 덕을 입을 농정을 던지는지 유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중소농을 조직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귀농인을 제대로 정착시키며, 여성농민을 농업주체로 인정하고, 민관 농정협의체 구성은 물론, 협동조합의 정상화며 환경도 살리는 농사 등에다가 가격과 소득이 보장되는 세심하고도 원대한 구상이 나온다면야 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대농을 넘어 기업이 농업을 잠식하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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