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충북 농업계가 이번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지사 후보들의 농정철학을 확인하는 자리를 열었다. 충북지역에서는 최초로 열린 광역자치단체장 농정공약 토론회였다.
충북농업인단체협의회‧충북축산단체협의회‧충북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 충북지역 농민단체들은 지난 25일 청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충북도지사 후보 초청 농정공약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시종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충북지사), 박경국 자유한국당 후보, 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가 나와 농민들이 요구하는 농정에 대해 답했다.
농민들이 제안한 ‘충북 농업정책 5대 공약’은 △충북광역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및 지역 농산물 공급 △농민수당 및 농축산물 최저생산비 보장 조례 제정 △여성농업인을 위한 행복바우처 보완 및 마을공동급식 지원 △청년농업인을 위한 행복바우처 도입 및 통합지원체계 마련 △무허가 축산 대책 및 분뇨처리시설 확충이었다. 이외에 GMO 없는 학교급식, 충북농정개혁위원회 설치 등이 청중 질의를 통해 요구됐다.
각 사안에 관한 후보의 입장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농민들이 준비한 제안 대부분에 후보들이 동의하면서 구분점을 찾기 어려웠다. 농민수당, 여성농민 지원 확대, 학교급식지원센터 설치 등 농업계에서 오랜 기간 논의돼 그 필요성이 인식된 분야의 경우 세 후보 모두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보이며 대동소이한 계획이 이어졌다. 무허가축사나 GMO 등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권한을 침범하기 어려운 문제들 역시 세 후보 모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에 차이가 없었다.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 주제도 있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청년농업인 지원 과제에 대해선 구분할 수 있을 만한 각자의 이상론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후보는 ‘농촌’이라는 용어를 대체하는 ‘농시’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의료‧문화‧체육 등 인프라 면에서 도시와 크게 차이 없는 농업 도시 건설을 추진해 도시청년들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유한국당 박경국 후보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조성해 관광객이 모이게 하고, 물건을 사가게 하면 그것이 바로 6차산업이 된다”며 “‘경관농업’을 통해 농업과 타 산업을 연계, 가령 고혈압 특효식과 같이 몇 배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겠다”는 계획을 선보였다.
바른미래당 신영한 후보는 “청년들이 오지 않는 이유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라며 “현재 매달 얼마 지원하는 식의 청년농민 대상 정책들을 제반 인프라 조성 등에 초점을 맞춰 바꾸겠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마친 후 후보들은 도지사 당선 시 이날 발표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했다. 사실상 후보들이 농민의 요구를 확인하고 추진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 가까웠으나, 충북 농업계는 지방선거를 맞아 처음으로 이런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박형백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은 “앞으로 선거 때마다 이런 자리를 만들고 후보자들의 농업에 대한 견해를 확인하는 자리를 가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