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수의매매는 상장? 비상장?

도매시장 ‘상장거래’ 개념 두고 논쟁 지속
농안법 개정 통한 용어 개선 필요

  • 입력 2018.05.27 10:04
  • 수정 2018.05.28 13:3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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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도매시장의 ‘상장’·‘비상장’ 용어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법률용어로부터 말미암은 문제로, 법 개정을 통한 용어 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공사)는 최근 “도매법인의 정가·수의매매는 비상장거래”라는 취지의 견해를 밝히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상장이라 하면 도매법인을 통해 이뤄지는 거래를 총칭하는 게 일반적이고, 행정이나 통계시스템 또한 그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의 이같은 견해는 도매시장 거래제도의 다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도매시장의 거래제도가 오직 경매제뿐이었던 과거엔 경매에 출하하는 것이 곧 상장이었으므로 논란의 소지가 없었다. 그런데 몇 차례 농안법 개정을 통해 도매시장엔 정가·수의매매, 상장예외제도, 시장도매인제 등 다양한 거래제도가 허용됐다. 이 중 정가·수의매매는 도매법인 업무의 연장으로 자연스레 상장거래에 편입됐지만, 도매법인이 취급하지 않는 나머지 제도들은 버젓이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데도 상장이라 부를 수 없는 모순이 발생했다.

도매법인들은 상장거래(경매+정가·수의매매)가 도매시장 거래의 원칙이고 나머지는 부득이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할 거래형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가·수의매매는 비상장거래”라는 공사의 말은, 상장거래라고 하는 정가·수의매매도 본질적으로 상장예외제와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곧, 도매법인 측 주장과 달리 경매제와 정가·수의매매, 상장예외제, 시장도매인제를 모두 정상적인 거래방식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논쟁의 본질은 상장예외제·시장도매인제 확대로 도매시장 개혁을 시도하려는 공사와 이에 반대하는 도매법인 사이의 알력다툼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농안법의 개정 과정이 명확하게 거래제도 다변화의 취지를 담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농안법은 다양한 거래제도를 허용해 놓되 ‘상장’의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을 간과했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윤두 건국대 교수는 지난해 10월 농안법 개정을 위한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법조문의 ‘상장’·‘비상장’ 용어를 없애고 ‘위탁’·‘매수’ 개념으로 정리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가 농안법의 대대적인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쟁을 통해 용어 개선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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